[자동차튜닝 무엇이 문제인가①] 단속규정 모호…불법튜닝 기준 제시 필요

기사등록 2016/03/21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16:47:00
【서울=뉴시스】황보현 이혜원 기자 = 회사원 강모(36)씨는 최근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오던 도중 지방도로를 주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전조등 튜닝차량과 교행 도중 눈부심으로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밝은 빛에 순간 시력을 잃은 강씨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심야에 도로 상에서 큰 굉음을 내며 질주하거나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자동차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불법 튜닝 차량은 '소음으로 인한 피해', '화려한 등화장치로 인한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의 시야 방해', '환경오염', '화물차 적재함 불법 확장으로 인한 사고유발' 등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법 튜닝 자동차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인력 문제도 있지만 운행 중인 자동차를 직접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는 불법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고작 주의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울시 역시 자치구·경찰·교통안전공단·정비조합 직원 등 교통안전 관련 기관 합동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년 불법 구조변경으로 단속된 사례는 2만2078건으로 2014년 2만6954건에 비해 약 0.81배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자동차 단속에 적발되면 관련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행정처분이 따른다.

 현행법 상 자동차 불법 구조변경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안전기준 위반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및 임시검사 명령이 내려진다.

 말소등록을 하고 계속 운행하거나 임시운행기간이 지났는데도 임시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무등록 차량’에는 과태료 부과 및 번호판이 영치되고, 번호판을 위·변조 했을 경우에는 형사 고발된다.

 하지만 불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튜닝을 하는 운전자도 단속을 하는 관계기관들도 난감 할 수밖에 없다.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튜닝인 방전식 전조등(HID) 변경의 경우 불법인지 모르는 장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구만 교체하면 불법이지만 상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조사각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컨트롤 유닛까지 함께 교체하는 경우 승인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튜닝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다 보니 불법과 합법을 놓고 운전자와 단속자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튜닝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공유해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의 자동차 튜닝은 오히려 권장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제시한 자동차 튜닝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불법 튜닝의 기준을 경찰청별로 만들어서 쓰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 자동차관리법과 안전기준과는 일치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기준이 엉망이니 만약 법을 잘 아는 운전자와 싸우게 된다면 경찰이 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단속할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를 자랑하지만 튜닝시장의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세계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튜닝시장은 자동차산업 발전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미국 35조원, 독일 23조원, 일본 14조원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세계 튜닝시장 규모는 100조원(2012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 전체시장 대비 튜닝시장 규모도 초라하다. 미국이 1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1.6%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방안'과 2014년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대책' 등 튜닝산업 활성화를 발표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가시적인 효과는 매우 적다.

 국민대 허승진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튜닝산업 활성화는 오래 전부터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최고의 튜닝 업체인 독일도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한국의 기술력은 제자리다. 세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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