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생으로 올해 1월 입단한 정단원 이은서가 '18세 1개월'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기존의 최연소 단원은 수석무용수 김리회다. 그녀는 2006년 18세 4개월에 입단했다. 이번에 이은서를 제외하고 입단한 정단원 9명의 나이는 24~28세.
이은서는 나이 만으로만 주목 받는 것은 아니다. 모두 예중·예고 출신의 대학 무용과 졸업생 또는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다. 이은서는 무용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데다 인문계 중·고를 다녔다. 그마저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 검정고시를 치렀다. 학벌을 뛰어넘은 것이다. 2014년 강수진 단장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립발레단 열린 행보의 수혜자인 셈이다.
이은서는 지난해 말 입단 통보를 접하고 "정말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말 놀랐다. 한동안 믿기지 않고, 당황스럽고…."
"당시 (학원) 선생님이 늦게 시작했으니 2배로 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줬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늦게 시작하니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았다." 부산에서만 발레를 배우면 부족할 것 같다는 판단에 주말마다 서울의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를 오가는 강행군도 병행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유는 "발레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자율학습 때문에 늦게 마치니, 발레를 병행하는 것에 무리가 따르더라. 공부와 병행하는 것은 괜찮은데 학교를 다니는 것이 부답스러웠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따라가는 것보다 발레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발레가 좋은 이유 역시 "연습하면서 조금씩 발전이 되는 즐거움 때문"이다. "동작을 익히고 몸의 선을 잡고 하는 건 힘들지만 계속 연습하면서 나아질 때 뿌듯하고 재미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너무 많은데 특히 감정표현"이라고 답했다. "아직 경험이 없으니, 감정 표현이 힘들더라. 여러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은서는 3월30일부터 4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를 통해 처음 정단원으로서 날갯짓을 펼친다.
'라 바야데르'의 줄거리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이은서가 가장 출연하고 싶은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3대 작품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입단 전 강수진 단장에게도 전했던 꿈인데, 올해 국립발레단이 안무가 마르시아 하이데(78) 버전(11월 3~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선보이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뒤 "깜짝 놀랐다"며 즐거워했다.
순해 보이고 예쁜 얼굴과 달리 단단한 의지가 깃든 듯한 저음이 매력적인 이은서가 말했다. "나중에 나 역시 그러한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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