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풍 삽화 특징·클라이맥스 엔딩으로 긴장감 쫄깃
노승아 작가의 '허니허니 웨딩' 월 유료 매출 1억원 올려
【분당=뉴시스】 장윤희 기자 =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는 모습이 확산되고 있다.
웹툰에 이어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주 1~3회 연재되는 웹소설은 기존의 신문연재 방식을 탈피해 스마트폰에 최적화했다.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속도감있는 전개와 전연령대를 겨냥한 에피소드, 지문(地文)보다 대화 비중을 늘려 생동감을 강조하는 방식, 일일연속극처럼 절정에서 엔딩을 맺는 요령, 작품 이해를 돕는 화려한 삽화와 주인공의 캐리커처 등이 웹소설의 특징이다.
연초 네이버에서는 웹소설 서비스 3년만에 월 유료 매출 1억원을 올린 작품이 탄생했다. 웹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허니허니 웨딩'의 노승아 작가와 이진백 네이버 웹툰&웹소설 웹소설팀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로맨스 소설 '허니허니 웨딩'은 한 달에 1억원 이상의 '미리보기' 매출을 올렸다. 네이버 웹소설 최초다. 미리보기는 정식 연재 작품이 웹소설 플랫폼에 공개되기 전에 유료로 미리 공개하는 유료화 모델이다.
네이버 웹소설에서는 다음 회를 미리 보려면 회당 100~300원의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네이버는 웹소설 작가에게 별도의 원고료를 지급하고, 수익금은 대략 70%(작가) 대 30%(본사) 비율로 나눈다.
노 작가는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에서 실력을 발휘한 경력 5년차 작가다. 본업은 웨딩사진 작가였지만 '허니허니 웨딩'의 인기를 업고 전업 소설가로 변신했다.
노 작가가 밝힌 웹소설 인기 비결은 차별성과 대중성이다. 허니허니 웨딩은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난 두 사람이 정략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노 작가는 "대부분의 로맨스 작품은 남녀 주인공이 연애를 하다 결혼하는 모습으로 끝난다"며 "나는 결혼이 또 다른 로맨스의 시작이란 관점에서 결혼 이후 이야기를 많이 다뤘는데 이 점이 차별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에피소드는 전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나갔다"며 "포털 웹소설 독자들은 웹소설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웹소설 작가는 대중적 코드를 의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20대 생활모습과 가치관을 작품 소재로 사용해 어린 독자들도 작품에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식이다. 결혼 생활하면서 느끼는 고충도 에피소드로 넣어 미혼·기혼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이진백 팀장은 "유명한 장르소설 작가들마저 어려워 하는 부분이 웹소설 특유의 대중성"이라며 "작품 완성도만큼 독자 교감에 신경써야 인기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재 소설의 방식 새롭게 바꿔
웹소설은 겉으로 보기에 신문 연재 소설과 비슷하다. 일주일에 수회씩 규칙적으로 연재하고, 작품 이해를 돕는 삽화가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소설은 종이 매체 연재 방식과 다른 문법을 구사한다.
가장 큰 특징은 삽화다. 통상적으로 신문 소설의 삽화는 담당 기자가 삽화가에 의뢰해 제작한다. 소설가의 작품 쓰기와 삽화가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별도로 움직인다.
이진백 팀장은 "작품에서 강조해야할 부분, 이미지로 표현하고픈 부분은 작가가 제일 잘 안다"면서 "네이버 웹소설에 들어가는 이미지는 해당 작가와 담당 삽화가가 실시간 소통하면서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품에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면 독자의 상상력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모바일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비주얼"이라며 "모바일 독자들은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 직관적으로 빠르게 정보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웹소설에서 이미지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일일연속극같은 전개 방식도 웹소설의 특징이다. 갈등이 최고 수위까지 치솟았을 때 한 회를 마무리함으로써 독자들의 갈증을 부추기는 게 웹소설 작가의 실력이다. 시쳇말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뒷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다음 화까지 기다리기 힘든 독자는 유료로 미리보기를 이용한다.
같은 순간에 다음 이야기를 미리 아는 독자, 그렇지 못한 독자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발설하는 '스포일러'가 웹소설에는 없다.
노승아 작가는 "웹소설 연재 초반에는 미리보기 독자가 댓글로 뒷이야기를 퍼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며 "웹소설 독자끼리 '반칙하지 말자'는 연대감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백 팀장은 "네이버 웹소설 댓글에는 스포일러는 물론 악플도 없더라"며 "네이버 서비스 중에서 웹소설 댓글이 가장 청정할 것"이라고 웃었다.
웹소설에는 주인공 간 대화 분량이 많다. 글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으면 모바일 독자들은 쉽게 지루해 한다.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야 웹소설 독자들이 생동감을 느끼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노승아 작가는 "작품을 쓸 때 몇 번씩 퇴고하면서 가독성을 체크한다"며 "읽으면서 어려운 표현이 있거나 호흡이 늘어지면 계속 고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웹소설은 서비스 초창기에는 낮은 인지도로 고전했지만 3년만에 고정 독자 500만명을 기록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 웹소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한 비율은 2013년 출시 첫해 평균보다 53% 늘어났다.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에 정식 연재된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18억건이었다. 작품당 1497만건에 해당한다. 지난 3년 간 네이버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모든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95억건으로 나타났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정식 연재된 197개 작품 중 32%에 달하는 64개 작품이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실력있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모이는 베스트리그 작품 중에서도 230여 개의 작품이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 '법대로 사랑하라' '이웃집에 늑대가 산다' 등 11 작품은 영화 및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맺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웹소설 작가 지망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망생은 고등학생부터 기성작가까지 다양하고 경쟁도 점점 치열해진다.
노승아 작가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 사이에서 '포털사가 작품에 손을 많이 댄다'는 루머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모바일 플랫폼에 맞는 방향을 잡기 위한 과정일 뿐 스마트폰 환경과 모바일 독자 교감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누구나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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