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성찰나눔실천회 2대 지도법사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1983년께 서울 화신백화점 근처에 시민선방 화장실의 변기통에 걸터앉아 참선 공부를 했다. 종달 이희익 거사가 입실점검을 할 방이 없자 제자들을 하나씩 변기통으로 불러 들여 입실점검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선맥의 최고봉 가운데 한 분인 종달 거사가 한국 선불교에 끼친 중요한 영향 중 하나가 바로 한국현대불교에 무문관(無門關)을 다시 출현시킨 점이다. 종달 거사가 1969년 '법시'에 무문관 20여 공안을 연재한 것을 모아 1974년 책으로 출판하기 전까지 무문관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문관은 선종 최고의 공안집으로 무문 혜개 선사가 6년간 조주 무자(無字)만을 씨름해서 얻고 체득한 것을 바탕으로, 수행자에게 아주 요긴한 점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무자 공안에 들 때에는 마음자세에서부터 화두를 깨친 이후의 경계까지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어 사실 그것만 온몸에 각인시키면 공부는 저절로 되는 자기 성찰의 최고 지침서인 셈이다.
1975년 10월 선도회 초대 지도법사인 종달 이희익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선사가 설정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 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제2대 지도법사 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종달거사의 입적 후에 그동안 꾸준히 제자들을 배출하면서 참선수행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려온 박영재 교수(법호 법경)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대학시절부터 입문한 참선수행 체험으로 인해 성찰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우치고, 종파를 초월해 많은 대학생들이 성찰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1999년부터 서강대에 정규수업시간을 개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은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러한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의 인생지도 그리기와 자기성찰을 통해 수처작주(隨處作主)의 가는 곳마다 주인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을 펼친 것은 법경 거사의 시대를 조망하는 선견지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법경거사는 이제 그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치 못해, 학교라는 울타리서 벗어나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종교를 초월해 자기성찰 문화의 큰 흐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간 가르침의 과정들을 한 권의 책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기'(비움과 소통)로 엮었다.
법경거사는 일상 속에서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가치 있는 삶을 강조한다. 수행과 삶이 둘이 아닌데 모두들 산속으로 들어가면 부처인 줄 착각을 한다. 하지만, 부처는 항상 중생 곁에 있음은 석가모니와 소성거사 원효가 이미 삶으로 증명한 바 있다.
다른 많은 참선에 관한 책, 특히 승려들의 알량한 알음알이로 점철된 책들과 달이 법경거사의 책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평이한 일상어로 기술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음공부 초심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적혀 있다. 원래 공부가 안 된 사람이 말을 어렵게 하는 법이다. 종달 거사의 인가를 받은 법경거사의 성찰이 단지 머리로만 헤아리는 관념덩어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실천이 다 함께 어우러져 행해지는 참된 의미의 성찰임은 그의 언어와 실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기도나 하려고 승려나 보려고 절에 가서는 안 된다. 오직 자기 수행을 하라고 한 부처님의 뜻을 따르는게 불자다. 정말 참선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도회에 가서 입실점검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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