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홍익대 가톨릭청년회관 니꼴라오홀에서 열린 문학과지성사 창간 40주년 행사 '회고와 전망'에서 문지 5세대 편집 동인들이 내년 여름부터 계간 '문학과 사회'를 편집한다고 밝혔다.
동인 여섯명 모두 30대라는 점이 주목된다. 명실상부한 세대교체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강동호(31), 서평가 금정연(34), 번역가 이경진(33), 문학평론가 조연정(38), 문학평론가 조효원(33) 등이다. 특히 김신식(33)은 정통문학이 아닌 신문방송학과 영상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이날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창사 대표와 정과리 연세대 교수의 '회고'에 이은 '전망' 순서에서 강동호 평론가가 대독한 '다시, 패배주의와 샤머니즘을 넘어서'를 통해 향후 편집 방향을 전했다. "기존의 문예지가 의존하고 있던 관례화된 형식으로부터 탈피하겠다"는 마음이다. "한국문학과 현실에 대한 창발적인 의제들을 생산하기 위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젊은 이들은 무엇보다 "문학과지성 바깥의 의견에 더욱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는 자세다. "문제의식을 개진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논쟁적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학과지성이 문학적 소통과 비판적 성찰이 오가는 지적 연대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12일 문을 열었다. 당시 내로라하던 문학평론가 김현, 김병익, 김치수, 오생근 등이 일한 곳이다. 이 출판사를 구성하는 논리는 1970년 시작됐다. 김현을 중심으로 '68문학'에 결집했던 비평가들이 그해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하며 다시 뭉쳤다.
문학과지성사 동인 1기이자 이 출판사의 역사인 김병익 창사 대표는 '회고'에서 문학과지성사는 "개인이 사유화하지 않고 한 집단에서 다음 집단으로 세대적인 전승으로 되는 동인 체제"라며 "다음 세대의 동인 집단이 발전시켜나간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고 독특한 체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인은 한계와 약점도 있다고 인정했다. "크게 성공하거나 돈을 버는 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번다면, 동인 체제를 깨는 것이다. 1기 때부터 '돈은 벌지 마라. 출판에 재투자할 정도만 벌자', 돈을 벌지 않기로 한 유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이기웅 열화당 대표,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 문학관계자 300여명이 모였다. 젊은 연극집단 '양손프로젝트'의 양종욱·양조아가 '문지 시인선'의 첫번째 권인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굴리고 싶어진다' 중 '지붕에 오르기' 등을 낭독하기도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40주년을 맞아 이와 함께 기념책 3종도 출간했다. 40년 넘게 문지의 핵심이었던 1~4세대 문지 동인들의 평문을 모은 선집 '한국 문학의 가능성', 기획된 지 35년만에 첫 공간의 빛을 보게된 '문학과지성 41호 복각본', 올해 25주기를 맞은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행복한 책읽기' 개정판이다.
한편, 문학과지성사는 지금까지 문학, 학술, 인물을 비롯해 아동, 청소년 분야 등에서 2600여종을 발행해왔다. 한국 지성의 대표 격으로 10여년 전 문학동네가 양강 구도를 깨기 전까지 창비와 더불어 한 동안 한국문학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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