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암울현실, 그래도 연애는 청춘특권…영화 '극적인하룻밤'

기사등록 2015/12/03 07:59:00 최종수정 2016/12/28 16:00:42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어쩌면 '극적인 하룻밤'이라는 제목에 끌려 이 영화를 예매할지 모른다. 아니면 누적관객수 22만 명의 대학로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떠올리면서 영화 표를 끊을 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로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을 선택하든 아마도 씁쓸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우울한 청년층의 자화상을 담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제목처럼 두 남녀는 '원나잇'을 한다.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각각의 옛 애인 준석(박병은), 주연(박효주)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낸다. 서로의 애인에게 차였던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우울한 마음을 함께 나누다 그만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여기서 끝난다면 영화가 아니다.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한 시후는 자살 소동을 벌이고, 정훈에게 당돌한 제안까지 한다. "몸친, 딱 거기까지만. 열 개 다 채우고 빠이빠이, 어때?"라며 커피 쿠폰 10개 채울 때까지, 딱 아홉 번만 더 자자고 제안한다.  

 이 발칙하고 대담한 발상은 현실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깊숙이 감정이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다.

 특히 영화 종반부에 들어서는 현실적이다 못해 비극적이다. 어느 한 인물도 굴레를 비켜가지 못한다. 임용고시에 실패한 기간제 체육교사 정훈과 푸드 스타일리스트 보조인 시후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비참한 일들을 겪는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도 절절한 사연이 있다. 각 인물을 떼어내서도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 영화는 연극과는 제법 큰 차이가 있다. 연극이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유쾌하고 거침없는 대사로 풀어냈다면, 영화는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고뇌를 담아 애잔함을 더한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애환을 그리는 데 쏟았다. 참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었다. 어쩌면 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배우들이 좋은 호흡으로 살려냈다.  

 '돈 없으면 연애도 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탄식이 나오는 시대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현재이기에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영화는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에 현재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과연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것을 권한다.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사랑이다. 청춘은 실패해도 용서받을 특권이 있다. 107분, 청소년관람불가,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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