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세기를 지나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문화 한류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와 진흥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며, 축적된 역량 또한 매우 미흡하다"며 "이번 전시가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건축문화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 리움미술관이 개관 10주년에 이어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한국 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이 19일부터 열린다.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전통 건축 10곳을 선정한 후 하늘(天)과 땅(地), 사람(人)을 존중해 온 선조들의 정신을 재해석하여 3부작으로 연출했다.
1부는 한국인의 종교관, 정신세계가 투영된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등 주요 불교사찰과 함께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잘 드러내는 왕실의 사당인 종묘를 보여준다. 2부는 궁궐건축과 함께 성곽, 관아건축을 포함시켜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라는 주제로 지배 권력에 의한 통치이념과 터의 경영, 건축적 조영에 대해서 되돌아봤다. 3부는 서원과 정원, 민가를 하나로 엮은 '삶과 어울림의 공간'으로 사대부와 서민들의 삶과 공동체, 어울림의 건축을 다뤘다.
이를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등 세대를 달리하는 현대사진 작가들과 박종우 영상감독이 2년여 동안 사계절을 거치며 아름다운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또한,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되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숙천제아도'와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궁궐도인 '동궐도'(국보 249호), 18세기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경기감영도' 등 쉽게 감상하기 힘든 귀중한 고미술품들이 전시됐다.
해인사와 불국사의 가람 배치를 비교 연구한 전봉희 교수의 '사찰의 가람배치'도 선보인다. 종묘건축과 제례악을 3채널 영상으로 보여주는 박종우 감독의 '장엄한 고요'를 비롯하여, 양동마을 향단의 내부풍경을 담은 VR 파노라마 영상, 양동마을의 무첨당을 실제 크기로 재해석한 김봉렬 총장의 '한옥구조의 재해석-유첨당' 등이 소개되어 선조들의 슬기로운 건축 원리가 담긴 전통 건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IT기술과의 결합으로 눈으로만 보는게 아닌 손끝으로 느껴볼 수 있다. '금동대탑'의 구조와 설계를 보여주는 3D 스캔과 9층으로 추정 복원한 영상, 석굴암의 축조과정을 3D로 재현한 영상은 기본이다. 리움의 디지털 확대 기술인 DID를 적용해 손으로 밀고 쪼고 늘이면서 구석구석까지 생생한 장면을 살펴볼수 있다. 작가마다 영상 모니터를 통해 사찰 내부의 건축적 구조와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승효상 김봉렬 유홍준 배병우 전봉희 등이 강연하고, 평일에는 20세 미만 청소년 기획전 무료 입장 제도를 운영한다.
이준 부관장은 "융합은 21세기 전시기획의 새로운 비전이자 전략"이라며 "1000년의 지혜를 간직한 한국건축은 오래된 전통이라는 역사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불안과 피로사회로 정리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인문학적 차원에서 삶의 공간, 지혜의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번 전시가 한국건축, 천년의 지혜를 되돌아볼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우리의 땅, 우리 시대에 서있는 전통건축이 묻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정신으로 우리의 건축을 지탱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전통이란 무엇인가'를. 전시는 2016년 2월6일까지. 일반 5000원, 초중고생 주중 무료, 주말 3000원. 02-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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