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이런짝 저런짝'

기사등록 2015/11/08 11:30:35 최종수정 2016/12/28 15:52:31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야동보는 고릴라로 유명세를 떨치던 남편 '고리롱'이 세상을 하직한 이래 국내 유일의 로랜드 고릴라로 남아 있던 '고리나'가 2년 만에 새신랑을 맞았다. 서울대공원은 고리나의 짝으로 점찍고 지난해 말 영국 포트림동물원으로부터 들여온 수컷 고릴라 우지지를 25일 시민들에 첫 공개했다. 고리나(아래쪽)와 우지지가 서로 뛰어놀며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jc4321@newsis.com
멸종위기종 마땅한 짝 없어 독수공방 '일쑤'
 짝 찾기 위해 지구 한바퀴 도는 것은 예사
 아메리카테이퍼, 9살아래 수컷과 어렵게 합사   
 40살 고릴라 '고리나' 21살 아래 신랑과 재혼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나이, 외모, 성격을 초월한다. 하지만 사랑에는 적어도 짝이 있어야 한다.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대부분 짝을 이뤄 자식을 낳아 대(代)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는 개체수가 많았을 때나 가능한 일. 멸종위기종들은 마땅한 짝이 없어 독수공방 신세로 지내기 일쑤다.

 외로운 동물에게 짝을 구해주려는 서울동물원의 노력은 전 세계로 향한다. 때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짝을 찾아줘도 데면데면한 부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상대를 해치기도 한다. 각방은 예사다. 어렵사리 합궁(合宮)에 성공하면 그 사실은 널리 회자된다.

 암컷 아메리카 테이퍼 '흑두부(16)'의 짝 찾기는 눈물겨웠다.

 아메리카 테이퍼는 원시동물로 오해받을 정도로 특이한 외모로 유명하다. 고대 동양신화에는 '꿈을 먹는 동물'로 등장한다. 멧돼지와 개미핥기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이 동물은 CITES(국제협약으로 보호받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에 속한 국제적 희귀종이다.

 1999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흑두부는 2002~2004년 엄마와 아빠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 5살 때부터 홀몸이었다. 애교 많은 성격이었지만 친구가 없어 생의 절반을 홀로 지내야만 했다.

 담당사육사 신선화 주무관은 "흑두부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회성 풍부화 일환으로 남아메리카가 서식지인 쥐목 중 가장 큰 동물인 카피바라와 함께 살게 했지만, 카피바라는 자기 동료들끼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우두커니 지켜만 보는 흑두부의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게만 느껴져 바라 볼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아메리카테이퍼 흑두부(왼쪽)과 검은콩 부부.  (사진 = 서울대공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동물원은 아메리카 테이퍼의 종보전을 위해 2012년 4월 일본 나고야 동물원에서 9살 연하의 수컷 '검은 콩'을 들여와 합사에 들어갔다.

 3년여의 오랜 적응기를 거쳐 5월부터 합사에 들어간 국내 유일의 아메리카 테이퍼 부부.

 합사에 들어간 지 수 일 뒤 흑두부의 등 곳곳에 상처가 발견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는 밤 동안의 격렬한(?) 사랑의 흔적으로 판명돼 사육사들을 안도하게 했다. 

 아메리카테이퍼 부부는 2013년 10월 2일, 2015년 4월 29일 2차례에 걸쳐 수컷 각 한 마리씩을 출산하는 등 금실 좋은 부부로 백년해로하고 있다.

 야생에서 포획돼 역시 40살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암컷 로랜드 고릴라 '고리나'는 지난 2013년 당시 19살인 수컷 '우지지'를 새신랑으로 얻었다.

 1년 전 '야동 보는 고릴라'로 유명세를 탔던 남편 '고리롱'을 저 세상으로 보낸 지 2년 여 만이었다. 

 '재가'(再嫁)하는 처지였지만 우리나라 최후의 로랜드 고릴라이기에 따뜻한 봄햇살 아래서 '젊고 힘센' 새짝과 공개맞선까지 보는 호사를 누렸다.   

 아직 2세 소식은 없지만 꾸준한 접촉을 통해 대를 잇기를 서울동물원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몽골에 300마리 남짓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몽고야생말. 20년 남짓한 짧은 수명(야생 기준)과 병약한 체질 탓에 국제적으로 그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3마리의 몽고야생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유일한 수컷이 기력이 쇠약해 14년 동안 2세를 보지 못하다 폐사하는 바람에 애를 태웠다.

 남은 몽고야생말은 각각 90년, 98년 생인 늙은 암말 2마리 뿐.

【서울=뉴시스】위풍당당한 몽고 야생말 '용보'  (사진 = 서울대공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동물원은 종보본을 위해 2012년 12월 3살짜리 수컷 '용보'를 대만 타이페이동물원에서 반입했다.

 용보는 적응기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암컷들과 합사에 들어갔다. 올해 4월 교미를 시도하는 게 사육사에게 목격됐다. 아직 2세를 보진 못했지만 용보의 성(性)성숙도(수컷은 5년)를 감안했을 때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버지뻘(?) 신랑은 맞은 기구한 사연도 있다.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은 지난 6일 오후 3년생 암컷 피그미 하마 '나몽'을 일반에 공개한다.

 피그미 하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하마로 몸길이 1.5~1.8m, 몸무게 180~250kg에 불과하다. 일반 하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서아프리카 지역 야생에서 약 30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이 하마는 당연히 멸종위기종이다.

 나몽은 2013년 암컷이 폐사하는 바람에 홀로된 수컷 '하몽'을 위해 영국 콜체스터 동물원에서 우리나라까지 24시간 동안 1만여 km를 날아왔다.

 4500여만 원에 이르는 막대한 운송비는 청년단체 '누리보듬'이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해 조성했다.

 하몽은 나몽 보다 무려 29살 연상이다. 엄청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은 다 희소성 때문이다.  

 현재 서울동물원이 사육중인 동물은 333종에 달한다. 이 중 전략종 58종은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대를 잇는 게 지상과제이다.

 sds110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