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을 연구하는 '괴짜 박사'의 인상을 주는 인디팝 싱어송라이터 전자양(35·이종범)을 골방에서 양지로 나오게 한 주인공들이다.
사이키델릭 음악의 대명사인 전자양은 2001년 1집 '데이 이스 파 투 롱(Day is far too long)', 2007년 2집 '숲'을 통해 '골방 인디팝의 제왕'이라 불리며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전자양이라는 가명은 SF 작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따왔다. 다락방 같은 곳에 하루종일 처박히며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오타쿠'의 원조 중 한명이다. 유정목은 전자양이 여자인 줄 알았다가 2008년 처음 만났을 때 남자인 걸 알고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대외 활동도 많지 않았다.
1집의 우울한 정서에 흠뻑 빠졌다, 마니아들만 남게 만들어버린 2집을 거쳐 8년 만에 낸 새 앨범 '소음의 왕'은 그런 그가 혼자만의 음악이 아닌, 다섯명의 음악을 만들고자 처음 시도한 결과물이다. 처음으로 1인 밴드 형식인 아닌 5인 밴드 체제로 레코딩을 진행했다.
전자양은 "사실 공연에 대한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었을 때는, 밴드 체제가 아니더라도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공연을 좀 하게 되고 밴드랑 뭔가 만들어가면서 내 노래인데 내 한계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멤버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했다"며 즐거워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사운드의 합의점을 찾았을 때 이게 더 발전된 것이라는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지금은 나와 내 안의 확신과 다른 멤버들 간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 있다. (웃음) 지금은 멤버들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준다. 앞으로는 내 생각의 문을 좀 더 열고 싶다.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걸 끌어내고 내 걸 줄이고자 한다. 욕심을 줄여나가는 과정이겠지."
'거인' '우리는 가족' '생명의 빛' '소음의 왕' '멸망이라는 이름의 파도 / 캠프파이어' 등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사운드로 빽빽하게 채워진 곡들을 특정 장르로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들을 인디 밴드계의 드림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유정목은 '프렌지'와 '9와숫자들', 윤정식은 프렌지, 정아라는 '마이티 코알라'에 몸담았으며 류지는 인디계 톱밴드인 브로콜리너마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전자양은 "편곡 과정에서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신시를 연주한 부분을 기타로 바꾸기로 했다. 아직 내가 하는 게 더 좋다고 우기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지분이 비슷한 밴드 사운드를 내고 싶다."
한곡에서도 변화무쌍한 사운드가 내내 이어지는 이번 앨범에 대해 유정목은 전체 사운드의 통일감이 없다는 점을 전자양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모든 곡은 전자양이 만들고 멤버들이 편곡 과정에 참여했다.
전자양 역시 이를 인정하며 웃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처음에는 두 세곡을 그냥 끊어서 한곡에 붙인 듯했다. 이번 앨범 사운드는 콘셉트가 없다는 점이 콘셉트다. 반복구가 없다. 내가 생각한 건 사비(후렴)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하하. 그냥 기승전결에서 끝나는. 기존 음악이 좀 지겹다는 생각을 했었다."
윤정식은 전자양이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긍정했다. "생각할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지가 적은 것이 편할 수 있다. 어떤 때는 각자에게 맡기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합류해 전자양이 아직 존대를 하는 류지는 반면 브로콜리너마저 음악 자체가 절제를 해야 하는 만큼 제약이 많았는데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해 좋다"고 긍정했다.
개성 강한 멤버들과 합을 맞춰 가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전자양은 자신도 골방에서 나온 걸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1, 2집 때는 피드백도 받지 않고 혼자 즐기며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보고 많은 분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본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음악하는 의미를 찾게 되더라. 기운을 북돋아주기도 하고. 내가 완전히 100% '뻘짓'을 하는 건 아니라는 즐거움을 확인하고 있다."
올해 인디 20주년을 맞아 한때 들뜬 분위기도 감지됐으나 여전히 진짜 '인디 신'은 음악하기가 쉽지 않다. "(돈을 벌어야 하는 아르바이트 외에) 음악만 하면서 생활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자양은 "우선 멤버들과 만나 감사하다. 앞으로 멤버들과 음악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눈을 빛냈다. 멤버들은 옆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전자양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보였다.
전자양은 '소음의 왕' 발매 기념으로 11월8일 서울 홍대앞 클럽 '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앨범 타이틀처럼 자신들의 특기인 정신 없이 휘몰아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며 5인 밴드 체제로 나섰음을 선언한다. 유정목은 "사운드가 다채로워 라이브에서는 이어폰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매 3만원, 현매 3만5000원. uselessprecio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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