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는 거지."
당시 이 상무는 '문화의 산업화'라는 자신의 꿈을 얘기했다. 드림웍스SKG를 통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을 키운 뒤 궁극적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꿈, 멀티플렉스를 통해 영화 관람 문화를 바꾸겠다는 꿈, 그리고 문화상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털어놓은 것이다.
드림웍스 투자는 이후 CJ그룹이 식품회사라는 오랜 틀을 벗어 던지고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창조적 사업다각화의 초석이 됐다.
식품회사였던 제일제당이 현재의 글로벌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한 원동력인 최고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당시 제일제당은 3억 달러(3500억원)을 투자하며 드림웍스SKG의 대주주로 참여했다. 3억 달러는 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금액. 제일제당은 드림웍스 투자를 통해 배당금 외에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보유하게 됐다. 영화배급, 마케팅, 재무 관리 등 할리우드의 운영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작은 식품회사 제일제당이 헐리우드의 최고 '핫아이콘'인 드림웍스와 손을 잡은것은 당시 세계의 주목을 끄는 굉장한 뉴스였다.
1995년 4월 드림웍스 투자를 발표한 뒤, 그 해 8월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 CJ그룹의 문화사업 부문이 20주년을 맞았다.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기업으로 도약, 한류의 산업화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재현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 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처음 문화사업을 시작했던 1995년부터 가졌던 이 회장의 꿈이다. 문화 콘텐츠가 문화산업을 넘어 한국의 음식, 쇼핑 등 타 산업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채욱 CJ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미디어 세미나'를 개최하고 2020년의 문화사업 비전과 글로벌 전략을 발표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문화 산업화를 이룬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 정도이다. 이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수직·수평계열화를 이룬 문화 대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문화콘텐츠 사업은 수요층이 불확실하고, 성공하는 콘텐츠와 실패하는 콘텐츠 차이가 크며, 초기에 큰 투자 비용이 필요한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구조다.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문화기업은 수직계열화, 수평다각화, 글로벌화를 주요 사업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문화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모든 역량을 내재화 할 수 없으며 작가, 배우, 감독, 제작사 등 관련 산업의 종사자들간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고,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유통 파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능력을 보유한 문화전문 대기업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산업 전체의 외연과 부가가치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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