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와 66사이…애매한 신체만큼 모호한 옷 사이즈

기사등록 2015/08/16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27:37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1. 이모(26·여)씨는 최근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다 낭패를 봤다. 프리사이즈 블라우스가 꽉 껴서 민망했다는 것이다. 키 157㎝, 몸무게가 53㎏이었던 이씨는 평균체형에 속했다. 이씨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다 이렇게 마른거냐"며 "프리사이즈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가 방문했던 매장은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였다.

#2. 키 160㎝, 몸무게 54㎏인 김모(33·여)씨도 옷을 살 때는 늘 고민한다. 일반 여성복 사이즈인 55를 입으면 작고 66을 입으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통 큰 치수를 사서 몸에 맞게 수선해서 입는 편이지만 수선비가 늘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의류 사이즈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S사이즈인데 브랜드마다 치수가 달라서 애를 먹는다는 민원, 사이즈 선택 폭이 제한적이다는 불만 등이 그것이다.

 ◇마른 55, 통통 55…기준은 무엇?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는 의류 사이즈 불만 관련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는 상황이다. 55.5 사이즈를 입는다는 한 소비자는 66이하가 입을 수 있다는 스타킹을 주문한 후 무릎 이상 스타킹이 올라가지 않아 판매자와 환불 문제를 두고 분쟁하기도 했다.

 캐쥬얼 의류매장 직원인 강모(36)씨 역시 "고객들이 본인 사이즈를 마른 55, 통통 55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는 사이즈 추천에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입어보고 결정하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매장에 사이즈 재고가 없는 경우 짐작으로 구입했다가 반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건 호칭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김은경 한국소비자연맹 의류심의부 팀장은 "사이즈 불만 민원이 접수되면 중재를 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이즈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어서 구매자와 판매자 귀책을 나누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55사이즈는 정확한 호칭이 아닐뿐더러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고시하는 한국산업표준(KS) 의류치수규격에도 맞지 않다.

 지난 1981년 도입된 55사이즈는 당시 20대 여성의 평균키가 155㎝였다는 사실에 착안해 마련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국제 치수 체계와의 연계성을 위해 지금의 치수체계로 변경되면서 이같은 표기는 폐지됐다. 현재 KS 규격은 가슴둘레를 호칭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남성복과 아동복은 KS규격을 잘 따르고 있지만 여성복은 55사이즈가 워낙 대중화 된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업체들의 관리 편의성 때문인지 유독 10년이 넘도록 55사이즈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S규격 의무 적용은 안전과 직결된 사항에만 해당된다"며 "의류 치수 표기법은 권장사항으로 규정돼 있기에 업체가 기준에서 벗어나 임의로 표시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했다.

 ◇들쑥날쑥 사이즈 표기로 소비자만 불편

 때문에 55사이즈는 브랜드 별로 천차만별이다. J브랜드는 가슴둘레 85㎝ 엉덩이둘레 88㎝ 신장 155㎝를 기준으로 삼는가하면 L브랜드는 각기 85, 90, 160㎝에 맞춘다.

 롯데백화점 의류 기획 담당자 역시 "10년 전 55사이즈는 지금 44사이즈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 같은 사이즈라도 예전보다 넉넉하게 옷을 만드는 추세"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여기다 상당수 브랜드 사이즈가 S, M 등에 국한돼 선택폭이 넓지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앞서 이씨가 상의를 입어봤던 C브랜드의 상품기획 담당자는 "마른 여성들이 고객 대부분을 차지해 다른 곳보다는 사이즈가 작을 수 있다"며 "55와 66사이즈 가슴둘레 차이는 1~3㎝ 정도"라고 했다. 사이즈 선택폭이 좁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가장 빨리 판매할 수 있는 사이즈 위주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이유로 앞서 옷 수선비가 부담이라던 김씨는 "최근 외국 스파브랜드를 애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즈 2개가 대부분인 국내브랜드와는 달리 자라 같은 외국 브랜드는 치수가 5가지나 돼 몸에 맞게 입을 수 있다"며 "국내브랜드 역시 막무가내로 옷에 사람을 맞추라고만 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사이즈를 개선시켰으면 한다"고 했다.

 최애연 소비자교육중앙회 국장도 "사람마다 신체조건이 다양한데 키 160㎝에 가슴둘레 85㎝라는 신체 기준에 맞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냐"며 "기성복의 한계지만 치수 선택 구간이 좁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이즈를 다양하게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호칭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달 내로 여성복 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해 치수체계 개선 요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진행중인 7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사업이 이번해 안에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의류치수 규격 조정여부를 결정, 신체적합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bh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