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의 고급스러움과 마이바흐의 품격을 겸비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즐겨 타던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가 3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다임러 그룹은 지난 2012년 '마이바흐' 생산을 중단했다가 올해 차 값을 대폭 낮춰 다시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로 모습을 바꿔 국내에 출시한 것이다.
과거 마이바흐는 국내 대기업그룹 회장들이 선호했던 최고급 세단으로 일반인들은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다. 수작업으로 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내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구체적인 가격도 직접 사고 판 사람들만 알 수 있었다. 기본 가격이 대략 7억원대라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새로운 마이바흐는 지난해 11월 LA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S클래스 보다 한 단계 위의 차량이다. S클래스의 고급스러움과 마이바흐의 품격을 동시에 담았다.
시승은 기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쇼퍼 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것)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전의 재미가 아닌 회장님 자리에 앉아 경험해 보라는 것. 마이바흐는 이렇게 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취지다. 뒷자리에 타는 시승도 처음이었다.
시승차는 '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 600'. 배기량 5980㏄, 신형 V형 12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530마력과 순간 가속력을 뜻하는 최대토크가 84.7㎏·m다. 차체는 기존 S클래스보다 차축간 거리(휠베이스)가 200㎜ 늘어나 길이만 5453㎜에 달한다. 초대형 차체지만 신형 엔진은 거구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제로백(0→100㎞/h 도달시간)이 5초에 불과하다. 복합연비도 6.8㎞/ℓ로 덩치에 비해 나쁘지 않다. 최고속도는 250㎞/h.
시승 코스는 회사가 있는 충무로를 출발해 북악산길과 동대문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략 1시간30분가량 타봤다.
오른쪽 뒷문을 열고 회장님 자리에 앉았다. 차체가 길어진 탓도 있지만 앞자리 동승석 시트를 앞쪽으로 최대한 밀어둔 터라 좌석은 한없이 넓었다. 항공기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상상하면 거의 맞아떨어진다. 덩치 큰 서양인이 편하게 앉아도 될 정도다.
뒷좌석 한 가운데 널찍하고 긴 센터콘솔이 고정돼 있다. 여기에는 비행기처럼 접이식 테이블이 숨어있어 좌우 하나씩 꺼내 쓸 수 있다. 노트북을 올려놓거나 급한 메모를 할 때 요긴하다. 컵을 놓는 공간도 있는데, 바닥에 냉온 기능이 있다. 냉장은 파란색, 온장은 붉은색 불이 들어온다.
또 두 개의 10인치 모니터가 운전석과 동승석 뒤에 달려 있어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이용할 수 있다.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만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리모컨과 헤드폰을 따로 뒀다. 고급 부메스터 무선 헤드폰은 중저음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데 매우 유용하다. 오디오나 블루투스와 연동된다. 앞뒤 탑승자들의 대화를 돕기 위해 음성 증폭장치까지 적용했다.
선루프에도 신경을 썼는데, 투명도가 조절된다. '매직 스카이 컨트롤' 기능이다. 버튼만 누르면 파노라마 선루프가 투명한 색에서 코발트빛으로 변한다. 직사광선이 내리쬘 때 요긴하다.
시내 도로는 물론 굽이굽이 돌고 도는 북악산 길에서도 마이바흐는 넉넉한 힘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조용한 실내 덕분에 가파른 산길에서도 엔진음이 살짝 들릴 뿐 실내는 무척 조용했다. 그 흔한 풍절음(바람이 차체에 부딪혀 나는 소리)조차 없었다. 승차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만 심장을 흔들 뿐이었다.
S클래스 롱 휠 버전과 차이를 두기 위해 몇 군데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전면부 보닛 아래 라디에이터 트림에 크롬 도금의 격자무늬를 가로세로 세 줄씩 넣었다. 휠베이스를 200㎜ 늘렸지만 뒷좌석 문은 66㎜ 짧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뒷좌석이 문 뒤로 밀려나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것인데, 밖에서 뒷좌석 탑승자를 알아보기 어렵다. 뒷문 쪽 차체 지지대인 C필러에는 과거 마이바흐의 유산인 '더블 M 마이바흐'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아쉬운 점은 과거 '마이바흐'처럼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이바흐라고 해야 알 수 있을 만큼 벤츠 S클래스의 DNA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존재감이 희석되면서 몸값도 크게 떨어졌다. '회장님 차'에서 '사장님 차'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만 예전 모델처럼 내장재를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게 해 아쉬움을 일부 해소했다.
국내에는 S600과 S500 두 모델이 출시됐다. 차값은 부가세 포함 각각 2억9400만원과 2억3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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