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공소시효 폐지]"폐지해야" VS "신중해야"

기사등록 2015/07/23 17:00:29 최종수정 2016/12/28 15:21:38
【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과거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된 사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5년인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yoonja@newsis.com
【서울=뉴시스】사건팀 =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마무리 시점에 접어들었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확정되면 살인·존속살해, 강간살인, 강도살인 등의 공소시효가 폐지된다.

 이 개정안은 1999년 '황산 테러'로 49일을 앓다 숨을 거둔 김태완군(당시 6세)의 이름을 따 일명 '태완이법'으로 불린다. 해당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김군의 부모는 1인시위 등을 공소시효의 불합리성을 지속해서 호소했다. 30만명의 누리꾼이 재수사청원과 공소시효폐지운동에 서명하는 것으로 호응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미묘하게 갈렸다. "정상이 돼 가는 과정"이라며 찬성하는 쪽과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는 쪽이다.

 ◇ "정상화가 돼 가는 과정"

 찬성하는 쪽에서는 살인죄에 한해서는 공소시효의 의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극악한 범행인 만큼 언제라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정상화가 돼 가는 과정"이라며 찬성했다.

 그는 "OECD 기준으로 봤을 때 (공소시효 폐지가) 정상이다. 그간 공소시효가 너무 짧았고 늘렸어야 하는 것을 늦게 늘렸다"며 "형법을 만들 당시 일본 형법의 영향을 받아 공소시효가 짧았다는데 일본도 현재 공소시효를 살인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또 "여론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학자들이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간 많은 살인사건이 있었고,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이제서야 돼 가는 것"이라며 "법이라는 것이 이슈화가 되어야 개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시효가 필요한 이유는 시간이 많이 흐르면 증거가 사라지고, 공소시효 기간 동안에 숨어지내기 때문에 처벌 효과도 있고, 피해자의 감정도 어느 정도 완화가 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살인 범죄와 관련해서는 그 세 가지가 적용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 범죄의 경우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증거가 사라진다거나 불명확해지는 게 아니다. 그 불법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단지 숨어 지내는 것만으로 처벌의 효과도 충분하지 않다. 피해자의 감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완화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지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나중에 범죄 증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 현재 공소시효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피해자 유족의 감정이 상당히 남아있는 시간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지, 신중해야"

【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25년인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4일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소시효는 살인 25년, 강도·강간 10~15년, 방화 5~15년.  yoonja@newsis.com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에서 오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는 이들도 있다.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과학수사를 한다든지 할 수 있음에도 공소시효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장기화한다든지 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폐지하는 게 아닌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도 범죄의 단서를 잡기 어려운 범죄라든지, 아니면 수법이 잔인해 피해자의 피해가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잔혹한 범죄의 경우 폐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사법위) 관계자는 "범죄 직후에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수집하기 용이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찾기 어려워지는 건데 무작정 공소시효만 없앤다고 해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거나 예방할 수 있는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를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 수사를 더 잘하라'는 식으로 가는 게 맞는 건데 공소시효만 늘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조금 더 수사력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데 역량이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가 효과를 거두려면 추가적인 조치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우연히 다른 사건으로 범인이 잡혔을 경우 살인죄를 추가적으로 처벌하는 경우만을 기대할 수 있다"며 "미제사건을 끝까지 추적해서 잡을 수 있도록 인력이나 부서 등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사 서류 등이 검찰로 넘어간다. 이 같은 점에 변화를 줘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 계속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형사들이 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할 수 있는 변화가 있지 않는한 공소시효는 책속에서만 사라질 뿐 다른 특별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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