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의 소소한 일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도 김경민의 조각을 “행복의 정의를 찾는 경쾌한 퍼레이드”로 해석했다.
조각가 김경민 개인전이 종로구 원서동에 있는 아트스페이스H에서 8일~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경쾌한 팝아트 조각형식으로 해석한 작가 특유의 신작 3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만난 김경민 작가(43)는 자신의 작품처럼 웃는 인상이었다. 그는 일상의 여러 모습 중 즐거운 순간만 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욕심을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김 작가는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기보다 더 높은 곳을 추구한다”며 “하지만 그게 꼭 정답일까"하고 의문부호를 달았다. 또 그는 “사는 게 녹록치 않지만 굳이 심각하고 무겁게 살아야 하나”라며 “경쾌하고 가볍게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게 제 평소 지론”이라고 말했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젊은 부부와 세 아이, 애완견은 실제 작가 자신의 가족이기도 하다. 자신처럼 조각가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서 김경민 조각은 이렇듯 가족의 일상을 담아왔다.
출산 이전에는 일상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으나 작품의 주인공은 가족구성원이 아니라, 치열하고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려는 현대인이었다.
IMF원년이었던 1997년에 제작한 ‘귀가(歸家)’는 지하철 손잡이에 체중을 싣고 지친 몸으로 귀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조각했다. MBC 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작인 예스맨’(2004)은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했다.
김경민 작가는 “제 작품은 제 일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 마치 작품으로 일기를 쓰듯 제 하루를 메모해놨다가 스케치를 해서 조각으로 형상화한다”고 했다. 작품을 할 때는 늘 즐겁게 임한다. 그는 “작품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정신적으로 즐겁게 작업한다”고 덧붙였다.
“나의 작품들을 최대한 무심코 바라보면 좋겠다. 보이는 대로 직관적인 느낌이 중요하다. 사회적 변화를 의도하는 무거운 주제는 아니지만, 어떤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하겠다.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하고 싶다.”
◇ 해외로 진출 “제 작품 더 많은 사람과 만났으면”
4년 만의 개인전이지만 작품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남녀, 가족나들이에 나선 가족 등 행복한 일상을 담고 있다. 청동에 색을 입히는 스타일도 여전하다. 골프애호가의 요청을 반영한 골프치는 남자 조각상의 출현, 벽걸이 평면 작품의 등장 정도가 달라진 변화다.
김경민 작가는 “조각을 하기 전에 드로잉을 많이 한다”며 “그 드로잉을 회화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에 조각에서 회화로 가는 징검다리로 평면작품을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소재에 대해서는 “첫째 딸이 중3, 둘째 아들이 중2인데, 막내딸마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게 돼 앞으로 제 작품 속에 아이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했다. 초기처럼
그는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다”며 “하지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 중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무겁지 않게 제 스타일로 풀어내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으로 풀고 싶다”고 했다.
김경민 작품은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연합뉴스 빌딩 앞,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건너편 우리은행 앞 그리고 상암 MBC입구 등 서울 중심가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에도 설치돼 있다. 최근 해외 러브콜이 늘어 오는 10월 대만, 11월 중국, 내년 4월 상해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해외로 활동영역을 넓힌 소위 잘 나가는 작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 부부의 신혼은 마냥 장미빛은 아니었다.
김경민 작가는 “작업만 할 수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상관없었고 둘 다 긍정적 성격이었다”며 “작품이 안팔려도 꾸준히 작업을 하다 보니 누군가의 인정을 받게 됐고 또 큰 작품을 의뢰받게 됐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큰 작품을 의뢰받으면 너무나 고맙고 행복하다”며 “처음에는 우리가족만 보던 작품을 우리나라를 넘어서 아시아, 전 세계인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지금으로선 작품에 변화를 주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꿈을 위해 이 행복한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아직 못 본 사람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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