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사고 20주기를 맞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경향신문사가 주최한 '우리사회의 재난안전 진단과 과제' 세미나가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구미불산 사고, 세월호 침몰 등 충격적인 재난은 모두 기술 실패에 의한 인재"라며 "정부는 반복되고 있는 재난 사고의 원인을 국민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재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정부 시책의 실효성은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세월호 사고 당시 인적 재난 주무부서인 안전행정부의 재난업무 대부분은 '생활안전'이었다"며 "재난 때마다 위험통제 시스템이 전혀 기능하지 못한 것은 정부 시책이 안전불감증 해소를 명분으로 안전 이벤트 행사나 계몽활동 등 비전문적이거나 귀책 위험이 없는 업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 발생요소에 대한 통제능력과 피해 확산을 차단하고 인명을 보호하기 위한 현장 통제능력 두가지가 필요하다"며 "재난 중심부서는 각 부처의 위험 통제 업무에 대한 실효성을 파악하고 현장 대응력을 제고하기 위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이 제정되고 중앙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되는 등 양적 측면에선 강화됐지만 재난관리시스템이 질적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류충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 소장은 "여전히 시스템 분석적인 접근보다는 관료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전담조직 확대에 치중해 있다"며 "유관기관단체간 기능 조정과 소통, 비상상황 관리, 민간부문 및 자원봉사 자원 활용, 통합 매뉴얼 수립 등에서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메르스 사태 대응과정을 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전개된 공식 컨트롤타워 문제가 그대로 있다"며 "현 대응시스템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운영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복지부)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국민안전처)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3단계로 가동돼야 하지만 모두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민안전처, 청와대 등 최소 6개 이상의 임시방편 컨트롤타워가 설치·운영됨에 따라 지휘통제시스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류 소장은 "컨트롤타워 운영체계를 일원화하고 정형화된 재난 매뉴얼의 실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에 역량을 낭비하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재난관리정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란 서울경찰청 삼풍백화점 붕괴원인규명 감정단 위원(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국내 건축법은 건축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구조안전을 포함한 모든 건축설계를 독점하도록 돼 있다"며 "건축사가 구조안전설계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에게 하청을 주면서 디자인이 '갑'이고 안전이 '을'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위원은 "1962년 조항 신설 후 1975년 구조기술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수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법 개정이 밥그릇 싸움처럼 여겨지지만 안전 문제라는 점을 유념해야한다. 구조기술사가 설계·감리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완해 안전과 디자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공사가 공사 중에 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나경준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감사는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는 안전점검 발주대가가 공사비에 포함되면서 시공사가 발주자인 것처럼 비춰지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객관성 있는 안전점검과 부실에 대한 철저한 지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 감사는 "공사 중 안전점검에 대한 발주를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가 직접하도록 변경한다면 현장의 안전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엔지니어링으로 불리는 건설기술용역(설계, 감리, 진단 등)에 대한 적정한 용역비 지급도 필요하다"며 "해당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적정한 대가를 주지 않고 책임만 지우는 비상식적인 용역 발주는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부실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용역의 대가기준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판단하고 감시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발주처에 책임을 지우는 쌍벌규정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재난의료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 구급, 현장재난의료, 병원재난의료로 연계돼야 하며 재난의료지원단 제도를 개선하고 재난거점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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