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돈나'를 연출한 신수원(48) 감독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는 '최선을 다해 산' 여자가 사회로부터 어떤 냉대를 받고 어떻게 몰락하는지 또 다른 삶의 극단에 몰린 여자를 통해 풀어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았던 '마돈나'가 국내에서 개봉한다.
11일 오후 언론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수원 감독은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사회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병원 VIP 병실에서 일하게 된 '혜림'(서영희)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오직 돈을 위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생명을 10년 동안 억지로 연장하는 아들 '상우'(김영민)는 상태가 나빠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심장 이식자를 찾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뇌사상태에 빠져 버려진 '미나'(권소현)를 찾아낸 상우는 병원 소유주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혜림에게 미나의 가족을 찾아 장기 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명령한다. 혜림은 미나 주변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과거에 관해 알게 된다.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이 영화의 제목인 '마돈나'다. '마돈나'는 주인공 미나의 별명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섹스 심벌인 여자의 이름이면서 성모 마리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 이 이름이 신 감독에게는 "여성들의 깊은 내면에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두 인물"로 여겨진다.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실제 여성의 이야기와 20대 여성 노숙자의 이미지가 더해져 만들어진 제목이다.
신수원 감독은 상우와 VIP 병동 사람들, 미나와 미나 주변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며 우리 사회 어두운 단면을 극대화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마돈나' 미나다. 미나는 사회에 유린당하며 삶의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종국에는 죽어가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만다.
미나를 연기한 배우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했고, 영화는 '마돈나'가 처음인 배우 권소현이다. 권소현은 폭식증에 걸린 미나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 8㎏을 늘려가며 열연했다. 그는 미나라는 인물을 "치열하게 살았던 아이"라고 짚은 뒤 "(관객이 미나를) 멀리 있는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인물로 느낄 수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영희는 영화 속 캐릭터의 입체성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물의 과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영민 또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욕망, 그러면서도 매우 더러운 욕망을 표현하려 했다"며 "상우를 사회의 한 단면으로 환원하는 연기를 시도했다"고 했다.
최근 일련의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획일화를 생각하면 '마돈나'는 한국영화계에 소중한 '다른' 영화다. 하지만 화법이 쉽지 않고, 이야기 자체가 무거워 일반 대중에게 단번에 가닿기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신수원 감독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 시나리오를 쓸 때 손끝에 느낌이 오는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마돈나'는 다음달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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