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가 그렸어…김진형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384쪽/ 1만3800원
바야흐로 ‘좋은 아빠’ 시대다. 지난 1월 종방한 MBC TV ‘아빠! 어디가?’가 촉발한 미디어의 부성애 열풍은 후발 주자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를 부탁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일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는 3421명으로 2013년 2293명보다 49.2% 증가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엄마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육아’가 아빠의 품에도 들어온 것이다.
이에 출판계에서도 아빠의 육아를 다룬 책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딸바보가 그렸어’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책이다.
이 책은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는 김진형 작가가 같은 이름의 블로그에서 연재한 그림 에세이다. 그는 어느 날 딸에게 목말을 태워주다 문득 자라버린 아이의 무게를 느끼고는 지난 시간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그날 이후 매일 밤 컴퓨터를 붙잡고 앉아 딸과의 추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출산·백일을 거쳐 네 살배기 딸의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소소한 일상들을 투박하지만 유쾌한 그림과 함께 풀었다. ‘눈에 넣으면 아파’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 등 10년 차 광고 아트디렉터의 센스와 아버지로서 느낀 감정을 버무려 때로는 허심탄회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녹아냈다.
이 에세이는 곧 지역 맘 카페(엄마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갔다.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그·카페·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에서 건당 2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딸바보가 그렸어’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복합적이다. 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라는 점, 아이와의 일상 에피소드를 센스 있게 그려내 부모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평범한 남자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 성장하는 작가의 모습 때문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늦잠 자기에 바쁘고, 평생을 소년의 감성으로 살려고 했던 남자가 딸과 놀아주기 위해 주말에 일찍 일어나고, 식사 중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내와 밤새 돌아가며 수유를 한다. 딸이 옆집 아들과 손을 잡으면 화가 나고 딸을 시집보내는 꿈을 역대 최악의 악몽으로 꼽지만, 장난감을 치울 때면 딸아이와 투닥거리는 등 하루하루 딸과 알콩달콩 사랑을 쌓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예뻐진다 했던가. 그 대상이 30대 아버지일지라도 그 말은 유효한 것 같다. 어머니의 섬세하고 꼼꼼한 사랑과는 달리, 서투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알게 되었어. 네가 자랄 때 나도 자란다는 걸. 너를 키우는 게 곧 나를 키우는 거라는 걸.”
서툴지만 사랑 가득한 4년 차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훈훈해진다.
◇천천히 크렴…심재원 지음/ 중앙북스 펴냄/ 380쪽/ 1만3000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0만 부모의 공감을 얻어낸 육아툰이 책으로 나왔다. 저자 심재원은 평범한 직장인 아빠로 국내 대형 광고 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아내 역시 직장인으로 이들 내외는 하루 하루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한국의 평범한 맞벌이 부부다. 책은 이들 부부가 육아하면서 느끼는 애틋한 심정과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한 추억을 그림 앨범 식으로 담아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이를 향한 부모의 따뜻한 시선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표정없이 모두 비어 있다. 부모가 자신과 아이의 얼굴을 상상해 그림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표정을 비워둔 것이다. 마지막 장에는 부부가 자신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직접 색칠해볼 수 있는 부록도 실어놓았다.
◇파더쇼크…EBS ‘파더쇼크’ 제작팀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264쪽/ 1만4000원
오늘날 아빠들에게 요구되는 양육 분담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는 ‘파더쇼크’의 시대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몸이 부서지라 일해도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좋은 아빠’라는 말을 들을 수 없는 시대. 그래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요구에 차마 화를 내지도 못하고 속으로 묻는다. 대체 좋은 아빠의 역할은 어디까지냐고. 이 책은 고민하는 아버지들에게 올바른 부성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EBS 다큐프라임 ‘파더쇼크’의 내용을 토대로 30여 년간 동서양에서 수행된 부성에 관한 연구를 총망라해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추구해야 할 아버지상을 제시한다. 아울러 ‘나쁜 아버지’의 영향력을 끊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무뚝뚝하고 권위적이고 때론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세대의 나쁜 기억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권영민 지음/ 추수밭 펴냄/ 272쪽/ 1만4000원
이 책은 육아에 관한 책이지만 육아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어떻게 주체적인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아내의 미국 유학으로 육아를 맡게 된 저자는 ‘내가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부랴부랴 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서를 섭렵해 보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기르는 것 이상의 뭔가 남다른 육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초보 철학자 아빠는 아이가 787일째 되는 날부터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일기 쓰는 횟수가 늘어나고, 더불어 아빠도 성장한다. 이를 통해 육아란 단순히 아이를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또 그런 육아가 될 때 비로소 아이는 더욱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
yun@newsis.com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