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동거녀 때렸다면 가정폭력? 폭행?

기사등록 2015/03/16 15:05:01 최종수정 2016/12/28 14:42:53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8개월 간 동거해 온 남자에게 여성이 맞았다면 단순 폭행일까, 가정폭력일까?  16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광주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에서 A(34)씨가 B(35·여)씨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10여 차례 때렸다.  '이불을 덮고 자라'며 흔들어 깨웠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B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동거해 온 사이다.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려던 경찰은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단순 폭행 사건이 아닌 가정폭력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가정폭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대상은 사실상 혼인관계(사실혼)를 포함한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사람 등이다.  이 중 사실혼 관계는 그 기준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법원 판례로 살펴볼 경우 크게 두 가지가 충족돼야 성립한다.  주관적으로 당사자 모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는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가령 결혼을 전제로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거나 양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눈 적 등이 있어야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이를 기준으로 A씨와 B씨가 사실혼이 아닌 동거인 관계라고 판단, 가정폭력이 아닌 폭행으로 사건을 분류했다. 폭행 사건은 형사과가 처리하며 가정폭력은 여성청소년과가 맡고 있다.  사건이 어떻게 분류되든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다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되는 결과는 같지만 이후 조치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 인권과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보호 조치와 상담 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광주 여성의 전화 한 관계자는 "함께 살고 있는 여성의 얼굴을 10차례 넘게 때렸다는 것은 단순 폭력으로 보기 힘들다"며 "동거인들의 경우 사실혼 관계 여부가 아닌 폭행의 상습성이나 2차 피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사건을 분류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찰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가정폭력의 대상자가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나 전 배우자 등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건 분류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형사과가 맡아왔던 가정폭력 사건이 2차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얼마 전부터 여성청소년과에 이관됐다"며 "예방과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사 사건의 경우 여청과가 접수, 상습성이나 사실혼 여부 등을 판단한 뒤 사건을 분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gugg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