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기 한국감정협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협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어느 나라든 최고가 주택에는 감정평가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며 "한남더힐도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한남더힐을 제외한 나머지 99%의 정상적인 부동산에서 2배 이상 차이나게 감정했다면 감정사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최고가 주택 등 특별한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상식적인 수준, 10~20%까지 차이는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지나 주택의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이 직업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고무줄 감정평가'논란을 빚은 한남더힐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한남더힐은 용산의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로 모 감정평가법인에서 뒷돈을 받고 분양전환 가격을 감정평가하며 평가금액을 낮게 산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내 평가를 축소해 준 댓가로 받았다고 알려진 뒷돈 5억8900만원이 적법한 평가수수료로 밝혀졌지만 감정평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게 됐다.
- 감정평가사란 직업이 다소 생소합니다. 부동산가치를 감정평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편차가 클텐데 어떤 기준을 갖고 있습니까.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국제 기준에 따릅니다.
통상 세 가지 요인을 평가하지요.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얼마냐, 수익이 얼마 나느냐,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일반 재화는 세 기준이 쉽게 일치됩니다만 부동산 평가는 세 기준이 일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가령 원가나 수익을 책정한 뒤에도 근처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살아서 수요가 높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치평가를 시장에 맡기면 천차만별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마다 평가액에 편차가 발생합니다.
세 기준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감정평가사의 역할입니다."
- 편차가 많다는 것은 자의적 판단의 폭이 크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분쟁의 요소가 많을텐데요.
"감정평가사들의 고민 포인트입니다.
평가사는 양쪽 이해 당사자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제가 1986년 감정평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분당 신도시와 일산, 산본을 연달아 평가했었어요. 특히 분당 주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집이 부족하니 여기에 집을 지어야 해서 공권력도 동원하며 감정평가를 했는데, 저희들은 그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굉장히 욕을 먹었습니다. 감정평가를 하면 감정평가사에게 주민들은 ‘정부의 하수인’, 정부는 '예산도둑'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칭찬하면 평가가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양쪽 다 만족시킬 수 없는, 양쪽에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100을 예상했는데 감정평가가 200이나 300이 나올 때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는 '과잉평가'라고 욕을 하지요. 중간에서 양쪽 이해집단의 이해를 반영할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어 법령에 따른 평가 기준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른 직업은 의뢰인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일을 하는데 저희는 의뢰인을 위해 일을 하면 큰일 나지요. 유일하게 의뢰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전문자격자라고 할까요."
- 직업적 고충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겠네요. 평가사 개인의 가치나 도덕성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겠군요.
이 때문에 공공 영역에 대해서는 협회가 감정평가사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공공기관에서 직접 평가사에게 의뢰하면 예산에 맞추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평가협회가 가운데 있으면 평가사는 그런 압박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됩니다."
- 협회가 추천을 한다해도 공공기관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 것 아닙니까.
"그래서 구조적인 안전판을 만들죠. 협회가 추천할 때는 그 지역 연고 있는 사람을 피하고 어떤 평가사가 추천될지 의뢰인도 모르게 합니다. 의뢰인이 평가사를 직접 추천하면 평가사가 압박감 때문에 공정한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민간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법인들은 대개 소유자의 추천을 안 받으려고 하죠. 평가금액이 원하는 대로 안 나왔다고 평가법인을 점거하는 의뢰인도 있거든요."
- '한남더힐'은 어떤 케이스였나요. 그곳도 협회가 평가사를 추천했습니까.
"아닙니다. 사적인 의뢰이기 때문에 평가협회와 관계가 없습니다."
특히 한남더힐은 임차인과 사업시행자 모두 분양가를 도저히 산정할 수 없어 둘이 협약한 경우입니다. 둘이 의뢰해서 각각 분양가를 산정하고 평균가격으로 산정하기로 한 것이지요. 결과는 알려진대로 입니다만 양쪽의 평가액이 너무 차이가 난 것이죠.
사실 미국에서도 그런 경우는 마찬가지 양상이 나타납니다. 한남더힐과 같은 최고급주택의 경우 시세란게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수요자에 따라서 최고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연예인이고 유명인이라면 무형의 가치를 더해서 더 높이 구입하기도 하지요.
미국, 일본 등 어느 나라고 그 나라의 최고가 주택의 경우 평가액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급 주택에 사는 상위 소수 사람들은 원가나 수익보다 명성이나 환경을 따지거든요. 한남더힐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고 보통 평가액이 2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보통 사람들이 감정평가를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은 금융기관인데 그 시장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감정평가 전체 시장의 40% 정도가 금융기관의 담보와 관련된 것입니다. 나머지 절반정도가 공적평가죠.
담보평가는 평가사가 극히 주의합니다. 자칫 잘못 평가하면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평가사의 평가 결과를 믿고 대출을 해줬는데 잘못됐다면 평가사의 책임이 되거든요. 그래서 평가사들은 협회 공제기금에 공제금을 예치합니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한. "
- 은행이 감정평가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나요.
"아파트처럼 누구나 금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자체에서 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것들은 외부 평가사에게 맡깁니다. 은행에서 평가사에게 의뢰하는 경우는 사실 면피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가사에게 맡기면 안전하게 대출해 줄 수 있지요. 잘못되면 평가사가 책임지는 것이니까요.
- 우리도 감정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
"국토교통부에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미국도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이 제도가 생겼거든요. 안전비용이죠. 감정평가 수수료가 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극히 적습니다.
은행에서는 하지만 그 정도의 비용도 지출하지 않으려 하죠. 금융위원회에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은행의 반발이 심합니다. 그것을 제도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지요."
- 비용의 문제라... 미국이 25만불이라면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요.
"부유세 대상이 6억원부터죠. 그걸 기준으로 해도 좋겠네요. 미국에서도 25만불로 정한 것은 서민들의 평가 수수료 비용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였으니까요."
- 가계부채가 1100조를 넘어섰습니다. 분명 부실 대출 문제가 터질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고요. 터졌을 때 곧바로 나오는 게 회수율일테고 그러면 감정평가를 제대로 받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관건일 것 같은데요. 그런 취지로 설득한다면 금융기관들도 강하게 반발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만.
"지금같은 저금리시대에는 은행끼리 경쟁할 때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심하게 경쟁하거든요. 감정평가에서 비용이 커지면 은행간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보는 것이지요. 모든 은행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 어리석은 질문좀 드리겠습니다. 감정평가의 주요 대상인 공시지가가 시가가 왜 그렇게 차이가 납니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시지가는 세금만 매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미국도 시세와 많이 차이가 납니다.
과세는 원래 수익의 기준에서 매기잖아요. 수익이 나는 부동산이나 주택, 상가용은 시세의 70~80%가 될 수 있어요. 반면 논밭과 임야는 수익이 안 나니까요. 처음 말한 평가기준의 세 가지 중 얼마에 만들어졌나 수익이 얼마인가만 놓고 보면 공시지가고 여기에 수요 공급까지 합하면 시가가 되지요. 수급논리가 나와야죠. 공시지가는 미국도 그렇고 어느나라나 시세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보면 됩니다."
- 그렇군요.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의 도시와 빌딩, 주택이나 논밭 등 모든 땅을 평가하려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기준을 적용시켜서는 안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경제력의 차이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서독과 동독을 봐도 통일이 되면 토지 소유권 분쟁이 엄청날텐데요. 저희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회와 통일준비위원회 등과 함께 통일에 대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통일이 된다면 북한은 별개의 개발을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청사진을 잘 마련하면 북한이 오히려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58년 출생 ▲성균관대 경영학석사 단국대 부동산학 박사 ▲ 국토연구원 경인운하 민자유치시설사업 평가위원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 ▲ 경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감사위원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국제부동산정책학회 회장 ▲ 경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한국감정평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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