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박씨가 조금이나마 형량을 낮추기 위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영한)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도 "(피해자와) 서로 멱살을 잡고 다투던 중 팽개쳤는데 머리부터 방바닥에 떨어졌고, 이후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툼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애초에 살해할 목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의 국선변호인도 멱살을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넘어져)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것인 만큼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 목 부위에서 졸린 흔적(삭흔)을 발견했고, 이는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밝힌 것과 대치된다.
이에 대해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목을 조른 적은 없고, 다만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힘을 세게 쥐었다고 주장한다"며 "(목 졸림 흔적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설령 이같은 박씨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사건 이후 박씨의 진술 내용, 태도 등을 종합하면 석연치 않은 점은 더 있다.
경찰에 검거된 직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그는 경찰이 주거지에서 확보한 피해자의 혈흔 등 DNA를 제시하며 압박하자 범행을 시인하기 시작했다.
또 최초에는 "벽에 부딪쳐 숨졌다"고 했다가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는 등 진술도 오락가락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 법 사정에 밝은 박씨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우발적인 폭행치사를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행법상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지만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법정형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행치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박씨에게는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박씨는 살인죄 이외에도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무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출입국관리법 위반죄로 기소됐는데 여러 범죄의 저지른 경우 최고 형량의 2분의1을 가중할 수 있는 점, 폭행치사의 유기징역 상한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45년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이 기소한대로 살인죄가 인정된다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4월 길가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의 경우 1심에서 사형,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에서의 폭행치사 주장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범행 전후 정황이나 '제2의 오원춘' 범죄라 불릴 정도의 잔혹한 수법 등을 고려하면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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