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84㎏의 탁월한 신체조건을 지닌 이범수는 지난 2010년 전북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형 못지 않은 반사신경을 지니고 있어 큰 주목을 끌었지만 K리그 최고 명문인 전북은 프로 새내기가 넘기에는 너무 큰 산이었다.
최은성(44·은퇴), 권순태(31)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그는 전북에 머물렀던 5시즌 동안 정규리그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시즌부터는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 사이 20세 신예였던 이범수는 프로 6년차 선수가 됐다. 변화를 꿈꾸던 그는 때마침 서울 이랜드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 흔쾌히 승낙했다. 길었던 부진을 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범수는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범수는 "사실 전북에 있을 때는 (이)동국이형 같은 슈퍼스타가 있어서 나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서울 이랜드로 이적 후 이렇게 많은 취재진에게 관심을 받으니 약간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적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그는 "전북이 워낙 좋은 팀이다보니 내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실전 경험이 줄면서 자연스레 경기 감각과 자신감도 떨어졌다. 긴장감까지 생기면서 이후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내가 잘 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던 순간 서울 이랜드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다"며 "선수에게 경기 출전은 정말 간절한 일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이적을 결심했고 나를 선택해준 구단과 마틴 레니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아직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미 챌린지 우승팀 전력을 갖춘 서울 이랜드에는 김영광(32), 송유걸(30) 등 듬직한 수문장들이 버티고 있다. 한솥밥을 먹는 동료이자 주전 자리를 노리는 이범수의 경쟁자들이다.
이범수는 "사실 지금 경기력만 놓고 보면 나는 주전 골키퍼감이 아니다. 실전 감각도 떨어져 있고 훈련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하지만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은 내가 가장 앞선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김)영광이 형이 주전으로 출전하겠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축구대표팀의 (김)진현이형이 그랬듯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나 역시 주전을 생각하고 이곳에 온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축구 선수이자 골키퍼로 활약 중인 이범영은 이범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자랑스러운 형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 바로 형 이범영이다.
이범수는 "소위 잘나가는 형을 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나는 형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형은 내게 언제나 자랑스럽고 멋진 존재다"고 형제애를 과시했다.
다만 프로로서 형 이범영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범수는 "경험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내가 형에 비해 실력이 뒤쳐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형이 페널티킥을 잘 막기로 유명한데 내가 실전에서 승부차기에 나선 적이 없어서 그렇지 기회만 온다면 얼마든지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지금 내 최우선 목표는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1부 리그 무대에서 형과 맞붙어보고 싶다"며 "앞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서 나도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이라고 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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