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롯데에 둥지는 튼 이는 임재철이다. LG 트윈스에서 1년을 보낸 임재철은 지난해 11월 이종운 감독의 부름을 받고 12년 만에 롯데로 돌아왔다.
정재훈이 부산으로 향한 것은 그로부터 보름여 뒤인 12월9일이다. 정재훈은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맨이 됐다.
임재철과 정재훈이 사직에서 조우할 수 있었던 것은 임재철의 기민한(?) 행보 덕분이었다.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시무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임재철은 정재훈의 롯데행에 대한 비화를 털어놨다.
12월초 롯데 스카우트팀은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고심을 거듭하다가 임재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산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임재철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임재철은 "스카우트팀에서 전화가 왔는데 정재훈에 대해 물어왔다. 팔이 아프다던데 지금 어떤 상태냐고 하길래 내가 팀장이라면 무조건 정재훈을 뽑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통화를 끝낸 임재철은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정재훈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정재훈은 "재철이형이 연락을 했다. 명단에서 내가 빠져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재철이형 때문에 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두 선수는 롯데에서도 최고참급에 속한다. 후배들과 서먹서먹할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에는 김성배와 최준석, 김승회 등 수많은 두산 출신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다.
임재철은 "팀을 옮기면 적응이 쉽지 않은데 아는 선수들이 많아 괜찮을 것 같다. 과거 나와 함께 팀에 들어왔던 프런트형들이 지금은 다 높은 직급에 있다"며 웃었다. 정재훈은 "투수쪽에 친구들이 많다. 같이 어우러져 야구를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 두산 출신들이 잘하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는데 내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종운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두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베테랑이라고 주전 경쟁에서 배려를 해줄 생각은 없다. 임재철은 외야의 남은 한 자리를 두고 후배들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며 정재훈 역시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임재철은 "밑의 후배들에게 많이 알려주겠지만 나도 경쟁에서 안 밀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팔상태에 대해 "건강하다"고 자평한 정재훈은 "두산에 있을 때도 늘 경쟁을 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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