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로 통하는 최승희는 1926년 3월21일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石井漠)의 공연을 접하고 그에게 입문, 동경 유학길에 오른다.
영상에는 그해 10월3일 이시이바쿠무용단 일원으로 '그로테스크'라는 작품에 출연한 15세 최승희의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연낙재는 "현존하는 최승희 무용영상 중 가장 오래된 자료로서 희소 가치가 높다"고 평했다.
시미즈 신이치(1889~1986)가 촬영한 이 영상은 현재 시즈오카현 시마다(島山) 시립도서관 '시미즈(淸水) 문고'에 소장됐다.
시미즈 문고는 문화수집가였던 시미즈 신이치가 기증한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최승희가 출연한 '그로테스크'는 시미즈 문고 속 '쇼와(昭和) 초기의 영상'이란 제목의 영상물 안에 들어있다.
영상을 발굴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승희가 출연한 '그로테스크'는 이시이 바쿠가 유학한 유럽풍의 낭만적 유희성과 일본 전통무용의 제의적 율동성이 혼재된 작품으로 괴이하면서도 아름다운 미감을 자아낸다"면서 "서양 모던댄스의 일본 수용 초창기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예술사적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1926년 3월 일본에 유학간 최승희가 입문 7개월 만에 스승 이시이바쿠무용단의 주요 댄서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재능과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고 봤다.
이번에 발굴된 최승희 무용영상은 2015년 1월22일 연낙재 주최의 학술세미나에서 논문발표와 함께 첫 공개될 예정이다. 성기숙 교수의 '최승희 무용영상의 발굴 경위와 그 의미', 윤지현 서강대 강사의 '서구 근대 표현주의 무용의 일본-한국 전파', 남도현 문화평론가의 '서양 근대미학의 지적 전통과 일본수용 양상' 등이 발표된다. 아울러 '그로테스크'를 비롯 그의 스승 이시이 바쿠의 '마스크'가 최초로 공개되는 상영회가 열린다. 연낙재. 02-741-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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