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류 타고 무슬림 몰려오는데…서울 유일 기도실 ‘존폐 기로’

기사등록 2014/12/11 11:35:14 최종수정 2016/12/28 13:48:05
【서울=뉴시스】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옥 지하 1층에 자리한 무슬림 기도실 내 세족실.(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서울의 유일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기도실’이 한국관광공사(사장 변추석)의 강원 원주 이전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관광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의거, 이달 말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한 달 동안 현재 서울 청계천로(다동)에서 강원 원주 혁신도시로 옮긴다.

 관광공사는 비우게 될 현 사옥의 처리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호텔, 한류 문화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나오고 있지만, 부채 감축 등의 이유로 매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 업계는 매각 예정가를 14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옥 매각 시 지하 1층에 자리한 무슬림 기도실이 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앞서 지난 2009년 개설된 관광공사 내 기도실은 약 16.53㎡(약 5평) 규모로 성지인 카바 신전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와 기도용 매트 등을 갖춘 기도 공간, 손발과 얼굴 등을 깨끗이 닦을 수 있는 세족실 등으로 이뤄진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 연다.

【서울=뉴시스】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옥 지하 1층에 자리한 무슬림 기도실 내 기도공간 천정에 설치된 방향 표시.(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무슬림은 경전 ‘꾸란(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새벽·정오·일몰 두 시간 전·일몰 직후·일몰 두 시간 후 등 하루 5차례씩 메카를 향해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알라’에게 기도한다.

 비(非)무슬림 국가 여행 중에는 약식으로 하루 3차례만 기도해도 된다. 외출하기 전과 돌아와서 등 숙소에서 두 차례를 한다. 밖에서 기도해야 하는 나머지 한 차례가 난감한데 관광공사 기도실이 그동안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도심의 수많은 특급호텔이나 서울시청에도 기도실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무슬림들이 서울에서 기도할 수 있는 곳은 우사단로(한남동)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뿐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인 청계천 앞에 위치하고, 무슬림 관광객의 방한을 유도하기 위해 관광공사가 기도실 운영에 관해 집중적으로 홍보해온 만큼 이곳을 찾는 무슬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관광공사는 올 10월 말까지 기도실을 방문한 무슬림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출신만 3000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서울=뉴시스】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옥 지하 1층에 자리한 무슬림 기도실 내 기도 공간.(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결국 내년 상반기 중 관광공사 사옥이 매각될 경우 사실상 서울에 무슬림 기도실은 하나도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방한 무슬림 관광객이 지난해 49만9608명에서 올해 약 55만9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상승세를 타는 데 힘입어 한류 관광, 의료 관광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국내 관광업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광공사는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주요 관광지에 기도실을 설치, 무슬림 관광객이 편히 한국을 관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해 부족, 운영비 문제 등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정기정 팀장은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기도실은 광화문, 명동 등 서울 강북 지역을 관광하는 무슬림 관광객이 꼭 들르는 필수 방문지”라며 “관광공사가 원주로 이전하게 되면 더는 기도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앞으로 무슬림이 서울 관광 중 기도할 곳이 마땅치 않게 돼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