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아저씨 협박' 대자보 붙인 20대들…"허심탄회한 얘기가 공감 얻어"

기사등록 2014/12/06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3:46:33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20대가 말하는 젊은 미디어'를 표방하는 미스핏츠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붙인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 대자보를 학생들이 보고 있다. 2014.12.5. jhkang@newsis.com (사진제공=미스핏츠 페이스북)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최씨 아저씨. 제가 이런 소리는 안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듣다 듣다 보니까,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하신 것 같아서 운을 띄웁니다. (중략) 고생 대결 하자는 건 아닌데요. 내가 더 힘든지 네가 더 힘든지 우열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요. 우리 같이 좀 잘해보자는 겁니다. 제 학자금 빚이 1400만원이면 그걸 제가 혼자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제가 독립해나가 월셋집에 살면 500만원에서 1000만원은 거뜬히 넘는 그 보증금을 제가 다 낼 수 있을까요? 다 내고 싶어요. 다 내려고 대기업에 줄 섭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차가 배입니다. 배요, 배. 2배.'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 지역 대학교에 붙었던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 대자보의 내용 일부다. 이 대자보가 최근 학생들 사이에 급격하게 회자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자보 속 '최씨 아저씨'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대자보에는 최 부총리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때문에 기업들이 겁이 나서 인력을 뽑지 못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20대 입장에서 비판한 내용을 담았다.

 이들은 '계급장을 떼고' 최씨 아저씨와 포장마차에서 만났다고 가정했다. 대학생과 부총리라는 이름을 가지고선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에서 최씨 아저씨와 만난 글쓴이는 20대들만이 할 수 있는 허심탄회한 심경을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담아냈다.

 이 대자보의 원문은 지난 2일 '미스핏츠'라는 대안 매체의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경제부총리를 감히(?) '최씨 아저씨'라고 칭하며 거침 없이 속내를 털어낸 이들은 누구일까.

 미스핏츠는 지난 8월5일 박씨와 정세윤(21·여·연세대 문화인류학과)씨 등 20대 청년 9명이 모여 만든 대안 매체다. 지난 9월 정식 매체로 등록도 마쳤다.

 이 매체는 '20대가 말하는 젊은 미디어'를 슬로건으로 삼고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콘텐츠를 내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정기·비정기 필진이 활동한다. 필진 중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대학생과 20대 직장인도 있다.

 미스핏츠 대표 박진영(23·여·연세대 국문학과)씨는 "20대가 얘기하는 '20대'는 정말 다르다"며 "우리는 당사자니까 아르바이트와 등록금 얘기를 해도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얘기할 수 있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도 더 많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최씨 아저씨 대자보는 필명이 '썸머'인 필자가 편하게 풀어쓴 얘기"라며 "같은 처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얘기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20대가 말하는 젊은 미디어'를 표방하는 미스핏츠가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 건물 인근 게시판에 붙인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 대자보. 이 대자보는 붙인지 하루도 되지 않아 떼어졌다. 2014.12.5. jhkang@newsis.com (사진제공=미스핏츠 페이스북)
 '최씨 아저씨 협박 편지'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실험하던 중 탄생했다. 이들은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온라인 게시글과 4장짜리 신문 등 여러 형태의 미디어를 이용해 공유했다. 그중에는 대자보도 있었다.

 박씨 등은 지난 3~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과 고려대 정경대 건물 인근 게시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인근 버스정류장, 강남역 10번 출구 앞 등에 붙였다. 현재 고려대에 붙인 대자보 등 일부는 떼어졌다.

 박씨는 "연세대에 처음 대자보를 붙였을 때 사람들이 모이긴 했는데 파장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며 "한 학우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좋아요'가 3만5000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응이 너무 커서 저희끼리 '장난치지 말라'고 얘기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며 "형식이 재미있었고 솔직하게 풀어써서 많은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특정 운동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여러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자보를 붙이게 된 것"이라며 "20대들이 느끼는 자신의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은 '최씨 아저씨 협박 편지' 대자보를 추가로 붙일 계획은 없다. 다음 주부터는 청년 주거 문제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씨는 "이번 대자보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앞으로도 '아,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고 느낄 수 있는 기존에 하지 않던 실험을 많이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h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