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45)을 떠올리면 어느새 빙그레 웃음짓게 된다. 1990년대부터 코미디 영화에서 맹활약한 벤 스틸러, 루크 윌슨, 스티브 카렐, 윌 페렐 등과 함께 '프랫 팩(frat pack)' 군단으로 묶인다.
블랙이 그렇다고 '마냥' 코미디 배우만은 아니다. 그가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를 눈여겨 본 관객들은 안다. 어쭙잖은 음반을 찾는 손님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배리'에게서 그의 또 다른 면모가 확인된다. 음악, 특히 '록'이라는 코드다.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의 열정적이지만 엉성한 로커 '듀이 핀', 영화 '테네이셔스 디 인 더 피크 오브 데스티니(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2006)의 '테네이셔스 디' 멤버, 액션게임 '브루털 레전드'(2009)에서 악마들을 쓸어버리는 헤비메탈 뮤지션은 숙명이다.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는 실제 그가 활약하는 2인 록밴드다. 또 다른 멤버는 기타리스트인 카일 개스(44)다. 두 사람은 1997년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 TV 쇼에서 코미디와 라이브쇼가 결합된 '테네이셔스 디'에 출연하면서 공식적인 밴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첫 내한을 앞두고 있다.
2001년 데뷔 앨범 '트리뷰트(Tribute)'로 미국에서 플래티넘(100만 장 판매)을 넘겼다. 이후 '펄 잼'과 '푸 파이터스' 등 유명 밴드의 오프닝 무대에 서며 입지를 다졌다. "('너바나' 출신으로 '푸 파이터스'를 이끄는) 데이브 그롤은 우리가 아는 최고의 드러머이죠. 그리고 그는 우리의 친한 친구입니다"라고 알렸다.
'테네이셔스 디 인 더 피크 오브 데스티니'는 본인들이 직접 대본을 썼다. 컬트 팬들을 위한 로큰롤 영화인데 그다지 큰 흥행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이기도 한 OST 만큼은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200' 8위, 영국 차트 10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1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은 최고의 영화"라고 농을 던졌다.
2012년 3번째 앨범 '라이즈 오브 더 페닉스(Rize of the Fenix)'를 발표했다. 민망한 가사와 앨범 커버 등 다소 코믹한 콘셉트가 더해졌어도 이들이 엄연히 레드제플린과 메탈리카 등에 영향을 받은 록밴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국 앨범 차트 2위, '빌보드 200'에 4위로 데뷔하는 등 호평 받았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코미디 앨범' 후보로 오른 바 있다.
"우리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 영역에서 남들과 다르게 어느 정도 위치를 구축해 오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비슷한 밴드로 (뉴질랜드 출신의) '플라이트 오브 더 콘코즈(Flight of the Conchords)가 있던가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그들보다 훨씬 더 록(rock)스럽다는 것이지요."
최고의 콘트라 베이시스트로 손꼽혔던 찰리 헤이든(1937~2014)이 그의 장인이다. 찰리 헤이든의 딸인 타냐 헤이든(43)이 그의 아내다.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아내를 추켜세웠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조차도 외로움을 느꼈었는데요, 타냐를 만나고 나서 바뀌었습니다. 내 곁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큰 위안이 됩니다."
'스쿨 오브 록2'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영화와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영화와 음악 둘 다 내게 소중한 부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대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면 리액션과 에너지를 바로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죠. 영화는 대중이 좋아하는지 확인하는데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며 차이를 뒀다.
테네이셔스 디는 자신들을 보면 29번의 오르가슴(흥분상태)를 느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왜 29번이냐고 묻자 "그건 전문의에게 물어보시라! 사실 그 숫자는 랜덤입니다. 하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 가서 그냥 즐기면 된다. 39번, 49번, 59번 오르가슴을 느낄 지 누가 알겠는가.
12월 5일 오후 8시·6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두 멤버를 포함 총 5명이 무대에 오른다. 가사에 욕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만 18세 이상 관람가다. 첫째날은 '술탄오브더디스코', 둘째날은 '십센치'가 게스트로 나선다. 9만9000~12만1000원. 프라이빗커브. 02-563-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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