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 농악, 즐거움과 신명의 상징

기사등록 2014/11/27 20:16:36 최종수정 2016/12/28 13:44:14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우리 역사와 함께해 온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이 신청한 농악에 대해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농악을 포함해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처용무·제주칠머리당영등굿(2009), 가곡·대목장·매사냥(2010), 줄타기·택견·한산모시짜기(2011), 아리랑(2012), 김장문화(2013) 등 17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농악은 꽹과리·징·장구·북·소고 등 타악기를 합주(간혹 쇄납이나 나발·각과 같은 관악기가 사용되기도 한다)하면서 행진하거나 춤을 추며 연극을 펼치기도 하고 서커스와 같은 기예가 함께 하기도 하는 종합 예술이다.

 마을 신이나 농사 신을 위한 제사,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 봄의 풍농 기원과 가을의 풍농 축하 등 마을 공동체의 축제와 공공기금 마련, 전문 연희패의 공연 종목 등 다양한 기능과 목적으로 연주된다. 즐거운 일에는 늘 농악과 춤이 함께 했다. 농악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신명의 상징이다.

 농악에 연주되는 장단(리듬 구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3소박과 혼박, 혼소박 등 불균등 구조의 복잡한 리듬이 많이 사용된다. 꽹과리와 장구가 각각 쇠와 가죽의 음색으로 주요 리듬을 연주하면 징과 북은 단순한 리듬으로 음악의 강세를 만들어준다. 소고는 연주보다는 춤에 더 치중한다.  

 노랑, 파랑, 초록의 삼색 띠를 두르거나 색동이 들어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추는 농악 춤은 개인 춤과 단체가 만드는 진짜기, 상모를 이용한 춤과 개별 악기 춤 등이 있다. 연극은 탈을 쓰거나 특별한 옷차림을 한 잡색들로 진행된다. 무동놀이나 버나돌리기와 같은 기예도 함께 연행된다.

 농악은 기층민들에 의해 향유되지만 전문연희패의 공연 종목으로도 연행된다. 전문가의 농악은 무대 공연을 하면서 사물놀이와 난타와 같이 음악을 극대화한 형태로 장르적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농악은 여러 형태의 공동체에서 전승되고 있다. 농업과 어업 위주의 지역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농악을 전승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회사와 학교, 지역 단위의 자발적 농악 동호회가 농악의 전승, 교육, 공연 및 대중화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민간 차원의 자발적 전승 노력이 농악의 굳건한 저변을 이루고 있다.

 학교에서도 교육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구나 북과 같은 농악의 기본 악기들을 배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으로 농악을 향유, 전승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도 다시 발아되는 씨앗으로 작용한다.

 농악 전승과 관련한 노력은 정부 차원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지정한 무형문화재 보유단체나 예능 보유자는 전문성이 뛰어난 전승자들이다. 이들은 미래 세대에 농악을 전승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국공립 연주 단체와 민간의 여러 전문 연희패가 있어 공연예술로서의 농악 전승에 이바지하고 있다.  

 농악의 전승교육에서 국립국악원과 같은 전문기관과 전문 연희패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고도의 전문 예능인들이 공연단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은 정기, 기획공연을 통해 고품격의 농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의 지역 지부에서는 해당 지역의 농악을 알리고 전승하고 있다.

 농악은 우리의 삶이다. 공동체의 여러 행사에서 연주되면서 신명을 끌어내고 화합하고 단결하게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와 모임에서 농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농악의 기능은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생활방식과 의식이 변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농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민속예술이자 음악, 놀이며 각종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 역할을 하면서 각 지역의 가장 대중적인 기층문화로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적 특징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쓰는 말 중 ‘신명’이 있다. 한국인은 춤, 노래, 음악, 놀이를 좋아하는 신명을 지녔다. 타악기의 소리와 태평소의 선율이 어우러진 농악은 공동체의 신명성이 두드러지는 장르다.

 농악의 신명 나는 타악 연주가 언제나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축제 현장에 모인 관객들이 연행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뒤풀이 마당을 제공한다.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개인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농악에는 시대가 변해도 변할 수 없는 민족적 정서가 녹아있다.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