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다가 아니다. '히스토리 보이즈' 같은 작품성이 두드러지는 연극에 출연해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특히 현재 출연 중인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트라이브스(tribes)'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영국의 극작가 니나 레인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예민할 수 있는 '가족'을 정면으로 이면을 파헤친다.
당연히 남명렬, 남기애, 김준원, 방진의, 정운선 등 연극계에 내로라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다. 이재균은 가족의 막내아들인 청각장애인 '빌리'를 맡아 선배들에 뒤처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재균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트라이브스·tribes)' 프레스콜에서 "선배님들, 연출님에게 많은 걸 배워요.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마음이 동하죠. 아직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서 늘 항상 연극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즐거워했다.
1년 전 대본을 받았다는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려운 역할이지만, 모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지식·편견·논리로 무장한 '언어 밝힘증 환자'인 아빠 '크리스토퍼'(남명렬), 추리 소설가이자 남다른 공감능력자 엄마 '베스'(남기애), 언어 관련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인 우울증 환자 큰 형인 '다니엘'(김준원), 오페라가수 지망생인 누나 '루스'(방진의). 그들은 빌리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재균의 말마따나 "자신들의 방식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랑"을 준다. 이재균은 "빌리에게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어요. 연습하면서도 가족들이 서로 말을 하고 있는데 대화를 하는 건 아니다는 걸 느꼈거든요"라고 말했다. "사실은 말이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많이 배웠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연극은 가족을 이야기하면서 '부족'을 강조한다. 이재균은 "가족은 따뜻한 느낌이 있지만, 부족은 다른 느낌"이라면서 "가족도 사실 포근하고 사랑스러울 것 같은데 오히려 이기적인 부분도 있죠. 부족은 그런 점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청각 장애인은 말을 다른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배워 발음이 어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빌리는 선천적인 청각장애다. 이재균은 그러나 어눌한 발음을 어색함 없이 선보인다. 수화도 거의 완벽히 익혔다. "대본을 볼 때부터 선천적인 청각장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분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수화를 가르쳐준 선생님도 청각 장애인이신데 그분의 느낌도 많이 받았죠."
방진의가 맡은 루스 역은 극 중 가족에서 유일하게 언어가 아닌 노래를 업으로 삼는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방진의와 언뜻 겹쳐지기도 한다. 방진의는 "뮤지컬 배우로서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타고나지 않은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와 가정 내에서 애정에 대한 결핍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런 부분에서 접목된 것 같아요.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껴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루스를 연기하는 작업이 행복합니다"라고 밝혔다.
레인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청각 장애인을 등장시킨 것에 대해 크리스토퍼 역의 남명렬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가족들이 보살피는 이야기를 넣으면 가족 관계를 더 잘 보여줄 거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생각했다. "각자 방식으로 사랑하잖아요.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늘 불만이죠."
정운선이 연기하는 '실비아'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빌리는 점점 청각장애를 잃어가는 그녀를 사랑한다. 가족들이 그녀와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자신을 사랑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남명렬은 "자기 방식대로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라고 해석했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극단 풍경 대표는 "실비아가 들어오면서 사랑이라는 문제가 대두한다"면서 "이 작품은 (지식층이 등장한다고 해서) 상류층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투영할 수 있는 거울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모두 자아도취 성향이 있죠. 처음에는 청각 장애인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업할수록 우리를 반영하는 거울 같더라고요."
12월1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이 공연제작사 노네임씨어터컴퍼니와 함께 하는 공동기획이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기획 공연 시리즈인 'SAC 큐브 2014' 중 SAC x 브리튼(BRITAIN)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필로우맨' '히스토리보이즈' '스테디레인' '수탉들의 싸움' 등으로 유명한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다섯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 박동우, 조명 이동진, 소품 및 분장 조상경. 러닝타임 140분(인터미션 15분), 3만5000~5만원. 예술의전당 싹티켓.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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