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공부법]'saccharin(사카린)'을 쓸 수 있어야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기사등록 2014/10/01 08:38:39 최종수정 2016/12/28 13:26:55
【서울=뉴시스】

 얼마 전 지인의 고민상담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영어를 점점 힘들어하고 싫어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왜 싫어하게 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또래 친구들보더 너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숙제가 힘들어서 점점 영어를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숙제를 한번 살펴보았다. 양이 생각보다 많다. 책도 가지가지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힘든 정기적인 단어 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단어 시험이 참 난감했다. 스펠링을 다 외워서 그 단어를 다 써야만 통과되는 것이었다. 햄스터(hamster)나 참새(sparrow) 등의 단어들도 보였다. 이런 단어들을 일일이 문자로 암기하고 쓰는 시험을 본다는 것이 좀 과해 보였다. 당연히 아이는 영어가 좋아질 리 없어 보였다.

 그냥 과감하게 학원을 그만 다니고 집에서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이나 어린이용 영화를 같이 보면서 편하게 접근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조언해주었다. 영어 단어를 당장 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매번 그 어려운 단어들을 말하고 쓰고, 100점 맞은 시험지를 눈앞에 내밀 때, 엄마가 얼마나 기쁠까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아이가 또 그 안에 들지 못할 확률이 생각보다 많다. 잘하는 아이야 어디 내놔도 잘하겠지만, 매번 이야기하듯이 상위 1%의 아이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99% 아이들을 고민해보자.

 언어는 쓰기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 듣기, 말하기, 읽기, 그다음이 쓰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왜 단어를 쓰는 것부터 가르치는 것일까. 그것도 이제 막 영어라는 것을 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에게 말이다. 그리고 한글 받아쓰기도 채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영어 단어의 알파벳이 필요하겠는가. 영어라는 것을 차라리 많이 접하게 하자. 그다음에 쓰기를 시켜도 늦지 않다.

 그리고 전에도 한번 언급했듯이 재미없는 공부는 하기 싫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어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뻥긋하기도 쉽지 않는 경우들이 왜 생기겠는가. 재미없는 영어 공부는 영어를 멀어지게 한다. 물론 암기를 빼놓고 공부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어는 암기가 기본이 되어야만 하니까.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단어의 스펠링 하나하나 쓰면서 힘들게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여러 번 접하고 말하고 읽다 보면 자연스레 단어의 스펠링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암기보다는 차라리 영어로 된 책이나 문장을 여러 번 보게 하자. 그러면서 영어단어를 보며 한국어로 알 수 있게만 해도, 점차 영어를 쓸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좀더 커서 해도 늦지 않다. 우리 어린아이가 영어 공부를 힘들게 하고 있다면 당장 중지하자. 흥미와 재미를 먼저 붙이게 하자. 먼저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도 좋을 거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영어로 된 책일 것이다. 많이 보면서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암기하자. 그래도 늦지 않는다.

 윤의정(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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