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장성향-영화 '올드보이'의 바로 그 군만두

기사등록 2014/09/22 15:52:57 최종수정 2016/12/28 13:24:03
【서울=뉴시스】술에 만취해 귀가하다 누군가에게 납치돼 좁은 방 안에 감금된 채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으면서 지내야 했던 영화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속 그 남자, ‘오대수’(최민식)라면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었을 군만두.

 그러나 제57회 프랑스 칸 영화제(2004)가 그랑프리(2등상)를 주며 인정했던 이 영화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이 바로 그 군만두다.

 영화에는 감금에서 풀려난 오대수가 갇혀 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청룡’이라는 중국집을 찾아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극 중에서 중국집의 상호가 ‘청룡’이 아닌 ‘자청룡’이었던 것처럼 영화에 나온 전화번호부 속 지역번호 ‘02’를 떠올려 서울에서 그 중국집을 찾으면 절대 그 만두를 맛볼 수 없다. 실제 상호는 ‘장성향(051-467-4496)’이고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 1동 609-1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중국 음식점이 즐비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 있다. 그러나 찾기는 어렵지 않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죄다 알 정도로 명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부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앞으로 조금 걸어가다 차이나타운의 입구인 상해문으로 들어서서 10m쯤 다시 가면 좌측에 한성여행사가 보이고 그 옆에 자리하고 있다.

 평일 밤 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몇몇 테이블에는 부산을 찾았다 일부러 이 집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직원에 따르면, 일본, 미국, 호주, 독일 등 해외 관광객들이 ‘올드보이 만두’를 찾아 일부러 오기도 한단다.

 벽에는 이 가게가 등장한 영화 장면 스틸과 감독, 출연배우들의 사인이 장식돼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 촬영지 인증서’가 부착돼 공신력을 더한다. ‘올드보이’ 뿐만 아니다.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에도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극 중 여주인공 ‘이지수’(하지원)가 맛있게 만두를 먹는 장면을 본 것 같기도 하다.

 목적이 올드보이 군만두를 먹는 것이었기에 당연히 군만두를 시켰다. 대(7개) 8000원, 소(5개) 6000원. 잠시 후 구수한 내음을 풍기며 등장한 군만두. 세상에 군만두가 이토록 탐스러울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이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군만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에 튀긴다’는 것이 다이어트나 건강 면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집 군만두라고 해서 다이어트나 건강에 특별히 이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집 군만두를 실제로 접하는 순간 그런 부담감은 종적을 감춘다.

 만두 한 개를 집어 들었다. 거의 성인 남성의 손 크기다. 다른 집 군만두의 2배 사이즈다. 그런데 왜 이리 몸통이 ‘빵빵’한 것인가. 살살 만두피를 뜯어봤다. 피가 적당히 두꺼웠고, 그 안에 만두소가 가득하다. 왠지 이 집 만두를 논할 때 ‘크기가 크다’ 보다 ‘덩치가 좋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만두를 잘 여며서 간장을 살짝 찍어서 입 안에 넣어봤다. 세상에나 군만두를 먹을 때 기름이 흥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육즙이 흘러넘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난생 처음이었다. 뜨거울 때 잘못 먹으면 입 안이 데일 정도로 양이 많다. 소가 정말 알차서다. 돼지고기에 파와 배추를 곁들여 만드는데 돼지고기가 80%라는 설명이 실감났다. 처음 베어 물 때부터 입 안에서 씹는 동안, 끝으로 목 넘김까지…. 가히 일품이었다.

 오대수가 청룡을 그토록 찾아 헤맨 게 비밀을 풀기 위해서도, 자신을 가둔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도 아니라 이 군만두를 다시 맛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1999년에 오픈한 이 집은 ‘올드보이’ 제작진이 2003년께 우연히 이 집에 왔다 군만두를 먹어보고 “15년 만에 먹어본 맛”이라며 만두 출연을 섭외했다는 일화가 있다.

 동행이 있다면 군만두의 유명세에 가린 이 집의 다른 메뉴들을 맛볼 좋은 기회다. 군만두의 바삭바삭함은 없지만 좀 더 얇은 만두피가 야들야들함이라는 새로운 맛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찐만두(6000~8000원), 입에 살살 녹는 물만두(6000원)도 놓치지 말자. 만두소는 그대로 돼지고기와 야채의 8대 2 비율이다. 

 또 짜장면(4000원), 삼선간짜장(6000원), 짬뽕(5000원), 게살 볶음밥(7000원) 등 식사류와 탕수육(2만4000원), 깐풍기(2만6000원), 유산슬(3만5000원) 등 요리도 맛있다고 소문났다.

 룸 4개와 홀 등 총 80석 규모다. 연중무휴로 매일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문 연다. 주차장은 없다. 아 참, 영화 속 이야기와 달리 이 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김정환 기자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