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손모(26·여)씨는 "출동업체 직원이 불투명 기름통에 담긴 휘발유를 가져와 차량에 주유했다. 얼마나 주유되는지 몰라서 해당 직원에게 물었더니 '정량이 주유됐다'고만 할 뿐 어떤 확인도 해주지 않았다."
#3. 조모(30)씨는 "최근 출장지에서 주유소를 찾지 못해 비상급유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출동업체 직원이 초록색 기름통 안에 담긴 경유를 가져왔다. 그런데 직원이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아 유사석유는 아닌지 찜찜했다."
이처럼 일부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업체들이 비상급유서비스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적정 급유량인 3ℓ를 주유하지 않고도 손해보험사에 해당 주유비를 청구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4일 자동차보험업계에 따르면 비상급유서비스는 자동차 주행중 연료가 완전 소진되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에 요청하면 하루 한 번 3ℓ를 주유받을 수 있다. 보통 특약 형태로 이뤄진다.
연간 서비스 횟수는 삼성화재·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악사다이렉트·현대하이카다이렉트·MG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이 각 5회, 동부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가 각 2회, LIG손해보험이 1회 제공한다.
보험사는 긴급출동업체를 선정할 때 정비팀, 설비시설, 신용도 등 자사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전국 각지역 정비소와 제휴를 맺는다. 고객이 긴급출동서비스를 요청하면 가장 가까운 출동업체를 연결시켜준다.
출동업체는 비상급유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면 직원이 주유소에서 유류 3ℓ를 구매한 영수증을 고객에게 보여준 뒤 차량에 주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보험계약자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업체들이 원칙을 지킨다고 보기 힘들다"며 "전국적으로 하루에만 3만건의 긴급출동이 발생한다. 현장에선 바쁘다보니 영수증을 안 보여주는 일이 이따금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동업체는 비상급유, 배터리 방전, 도어잠금 해제, 타이어 교체, 견인 등 긴급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보험사에 해당 비용을 청구한다. 출동 건수에 따라 수수료(인건비 약 1만원)와 비상급유비(휘발유·경유 3ℓ 금액) 등을 지급 받는다.
보험사에서는 본사 콜센터에 접수된 출동 내역에 따라 해당 비용을 산정해 출동업체에 일괄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동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도 영수증은 받지 않는다.
결국 보험사는 출동업체가 실제로 고객 차량에 3ℓ 정량을 비상급유하고 해당 비용을 청구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있는 셈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영수증을 제출받지 않으니 확인할 근거는 없다"면서 "영수증을 모두 모아서 보험사에 제출하라고 한다면 누가 감독하고 수발할 것이냐는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관련 문제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며 "출동업체들이 중간에서 이익을 남기려고 일부만 주유하는지에 대해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도리어 "보험사에서 3ℓ 용량의 비상급유 전용 기름통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되물은 그는 "전용통에 담긴 기름이 모두 주유되는지 고객들이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했다.
뉴시스 조사결과 A보험사를 비롯한 대다수 보험사에서 비상급유 전용 기름통을 마련해두지 않아 출동업체마다 각기 다른 기름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출동업체에서 색깔이 입혀진 기름통이나 10ℓ 대용량의 기름통을 사용하고 있어 고객들은 정량을 주유받았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이에 A보험사 관계자는 "투명한 비상급유 전용통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3ℓ 용량의 기름통이 시중에는 없는 것 같아 10ℓ 용량의 기름통에 눈금을 그려놓고 고객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올 12월부터 진행되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에 있는 출동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직원들에 대한 관련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객이 정량을 주유받지 못했다면 정당한 서비스를 이행받지 못한 것으로 해당 보험사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도 보험사가 대응을 안한다면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해 정당한 권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약속된 급유량은 덜도 더도 줘선 안된다. 개량이 안된 기름통을 갖고 가서 주유를 하게 되면 고객은 당연히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른다"며 "보험사는 출동업체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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