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진의 에세]루소의 『고백록』

기사등록 2015/02/11 10:24:36 최종수정 2016/12/28 14:33:50
【서울=뉴시스】루소는 1762년 『사회계약론』과 『에밀』을 차례로 출간하고 나서 프랑스가톨릭교회의 미움을 샀다. 그 책들은 분서 처분을 당했고, 루소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당국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루소는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피신했으나, 자유를 찾아간 제네바에서도 같은 조처를 당했다. 다시 베른으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1765년 국외퇴거령을 받게 된다.

 그는 다시 파리로 잠입했다가 그 다음 해 영국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자기를 박해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 없이 추적을 받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겨우 1년을 머물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스에서도 신분을 감추고 몇 지방을 전전하며 숨어 살다가, 1770년 파리로 돌아와 당국의 묵인 하에 20여 년 전 자기의 옛 하숙집에 머물게 된다.

 루소는 1765년 스위스를 떠나서 파리에 다시 자리잡기까지 도망을 다니는 5년 동안 『고백록』을 썼다. 그가 스위스령 제네바에서 1712년 탄생했을 때부터 주민들의 핍박을 피해 1965년 스위스를 떠날 때까지 53년간의 삶을 서술한 것이다.

 2부로 나누어진 이 저서는 제1부 6권, 제2부 6권 모두 1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제1권 첫머리에 "일찍이 전례도 없고 뒤에 모방할 사람도 없을 일을 계획하고 있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인간을 자연 그대로 진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그 사람이란 바로 '나'이다"라고 했다.

 1964년 볼테르는 『시민들의 감정』이란 책을 익명으로 출간해서 아동교육론 『에밀』을 쓴 루소가 자신의 갓난아이를 다섯이나 고아원 입구에 버린 비인간적이고 위선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폭로했다. 루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의 『고백록』을 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루소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간행되지 못했다. 그대신 1770년 이 책이 탈고되자 그때부터 그 다음 해 5월까지 그를 비호해주는 몇몇 귀족부인의 살롱에서 원고낭독 모임을 몇 차례 가졌다.

 낭독된 내용은 그 시절까지는 누구도 글로 표현한 적이 없는 충격적인 자기 고백이 흥미롭게 이어졌지만, 루소가 직접 읽는 것을 들은 소수 청중들의 반응은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그 모임도 당국에 의하여 곧 금지되었다.

 루소는 아이들을 버린 사실을 처음에는 부인하려고 했지만 곧 마음을 바꾸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들어 독자들을 납득시키려고 시도했다. 플라톤의 『국가론』까지 동원되었다.
일본에서는 이 책을 처음에는 『참회록』이라고 번역했으나, 루소가 기도한 것은 참회하고는 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이 책처럼 사람마다 평가가 다른 것도 드물다.

 『고백록』은 루소의 사후 4년인 1782년에 제1부만이 공간되었고, 제2부가 나온 것은 그 뒤 또 6년이 지난 1788년으로 프랑스대혁명 1년 전이었다.

 제1부는 목가적인 밝은 기운이 넘쳐 나지만 제2부는 피해망상의 검은 그림자가 뒤덮여 자기변호에만 급급한 모습이 아주 병적으로 보일 정도로 우울한 상황이 꼬리를 잇는다.

 1731년 루소가 자기보다 13세나 많은 바랑스 부인을 만나 샹베리에 정착을 하고 얻게 되는 문화적인 성장은 참으로 감격스럽기조차 하나, 21세부터 눈을 뜨게 되는 성적 세계는 너무 도덕적으로 추하고 충격적이다. 그가 『학문예술론』에서 "학문과 예술의 진보가 풍속을 퇴폐시킨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한 것도 그러한 그의 경험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루소는 이성보다 감성을 우선시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는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프랑스 혁명을 가져왔다는 그의 『사회계약론』에도 논리의 비약이 많지만, 『고백록』에도 논리가 실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논리의 고삐가 풀린 노골적인 자기고백은 "자아의 해방"이란 각도에서 루소를 낭만주의문학의 선구자로도 보게끔 만든다.

 20세기에는 루소의 『고백록』이 여러 가지 자료에 의하여 거의 검증 분석되었다. 많은 분석가들이 루소가 사실과 다른 기술을 즐겨 해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루소의 주장은 사람을 흡입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고 호소력이 강하고 재미있다. 논리가 약하고 혼란이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흥미를 느끼고, 즐겨 그의 글을 읽는다.

 수필문우회 회장·뉴시스 상임고문 bonbonj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