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너희들은 포위됐다' 출연은 의외의 선택이다. 실시간 촬영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시스템은 영화배우로 쌓아온 박정민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껏 연기하지 않은 능청스럽고 온순하고 긍정적인 신입 경찰 '지국'이다. 드라마를 마친 후에야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와 전혀 달랐다. 심지어 나와도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두려운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다. 도전정신이 느껴졌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인데, 이 드라마도 처음부터 눈치를 보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새 인물을 창조하는 매력도 컸다. 목소리부터 외모까지 박정민과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진심으로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서 초반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신입 경찰 P4 멤버 중 지국의 성장기이자 배우 박정민의 성장"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어딜 가서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었다. 그 중 잘한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내가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숨기고 있던 내 연기력이 들통 났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껏 감추고 있었지만, 인정하게 됐다."
박정민은 "이 드라마는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도움 됐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인 방황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걱정도 됐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래서 연극을 하나 만들어서 공연도 했다. 앞으로 방향을 찾는 도중에 드라마가 찾아왔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연기할까 말까 고민할 때였다. 오기 부리며 했다. 한때는 연기를 너무 못해서 돌아가지 할아버지 무덤 안고 도와달라고 한 적도 있다. 주위에서 영화 하던 놈이 연기한다고 비웃기도 했다"며 '좋은 감독님을 만났고 좋은 기회로 데뷔했다"고 좋아했다.
박정민은 "나는 노력형이다.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많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한 번 맡은 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박정민은 차기작을 검토하며 단편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이달쯤 단편영화를 찍으려고 한다. 극본도 직접 썼다. 영화 공부를 7~8년 하다 보니깐 한번 찍어보고 싶다.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다. 영화 연출을 통해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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