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잠복 기간과 치사율 100%,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 대한민국을 초토화한다.
지난 2012년 7월 개봉한 영화 '연가시'의 줄거리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농작물 피해를 주는 토종 해충 갈색여치 몸속에서 연가시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보기에는 혐오스러워도 해충의 천적이라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에 따르면 사람에 감염된 적은 없고 만일 사람 몸속에 들어가도 피해를 주는 일은 거의 없다.
연가시는 숙주인 곤충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하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극지역은 올해 갈색여치가 예년보다 일찍 나타났다. 온도는 높고 비는 적은 봄철 이상고온 때문이다.
과수나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주로 어린 배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복숭아, 자두, 포도 등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산림 등에 서식하다 개체수를 급격히 불려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갉아 먹어 농민들의 고민이 깊다.
생극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갈색여치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 처리하고 있다. 긴급 방제에 나서봤지만 갈색여치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잡은 갈색여치 몸속에서 길이 10㎝가 넘는 연가시를 목격하고 있다. 갈색여치 한 마리당 많게는 3마리도 발견했다.
기생할 숙주인 갈색여치가 많아져 연가시 개체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 갈색여치를 연가시가 잡아주는 형국이어서 농민들은 내심 반기고 있다.
농민 A(59)씨는 "죽은 갈색여치 몸속에서 나오는 연가시를 처음 목격하고 너무 놀랐다"며 "해충의 천적이지만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농민 B(62)씨는 "농작물을 망치는 갈색여치 개체 수가 매년 많아지고 있어 갈수록 고민이 많다"며 "골칫거리인 갈색여치를 연가시가 잡아먹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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