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외상후스트레스 호소 자원봉사자 생명위독

기사등록 2014/07/02 17:56:19 최종수정 2016/12/28 13:00:10
"생필품지원 봉사·실종자 가족 밤낮 없이 위로"
 자원봉사는 상해만 지원…수천만원 치료비 막막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 곁을 묵묵히 지켰던 50대 자원봉사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잠수사의 경우 쓰러질 경우 정부차원의 보상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는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전남 진도군과 진도군교회연합회에 따르면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생필품지원 자원봉사를 했던 진도의 한 교회 문명수(51) 목사가 과로와 정신적 충격으로 쓰러진 뒤 서울의 병원에 입원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 목사는 지난 4월16일 고향인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 고교생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팽목항을 찾았다.

 하지만 문 목사는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실종자 가족을 외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막내아들(고2)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직후여서 사고를 남다르게 생각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생필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한 문 목사는 곧바로 팽목항에 생필품지원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 입구에 '힘내세요 한국의 교회가 함께 합니다'라는 현수막만 걸어놓고 치약을 비롯해 속옷, 라면, 음료까지 비치해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에게 나눠줬다. 이 때문에 이 천막은 '팽목항의 24시간 무료 편의점'으로 불렸다.

 문 목사는 또 "지척에 있는 집에 가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며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을 찾아다니며 밤낮 없이 위로했다. 

 잠자는 것도 잊은채 자원봉사에 매진한 문 목사는 참사 12일만인 4월27일 밤부터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잠을 자야 한다'고 권유해 들른 집에서 그는 "바닷속에서 아이들이 떨고 있다"며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고 집 구석구석을 뒤지는 행동을 보였다.

 부인은 곧바로 사고대책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고 수면제 처방을 받았지만 문 목사는 잠이든지 30여분만에 깨어나 이상 행동을 계속했다.

 급기야 문 목사는 고열과 함께 온몸에 피부 발진까지 일어나는 증상을 보여 진도와 목포, 광주의 대학병원을 거친 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지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증상이 호전되기도 했지만 문 목사는 현재 패혈증 쇼크와 약물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여 지난 1일 중환자실로 실려갔으며 부인과 대학생 두 딸, 막내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원을 다니는 동안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긴급구호단에서 1500만원을 지원했지만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목사의 지인들도 정부에 지원을 신청 했지만 자원봉사 규정상 '상해'만 가능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부인 김금숙씨는 "남편이 '실종자 가족을 외면할 수 없다'며 사고 당일부터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먹지도 않으며 자원봉사에만 전념했다"며 "천막의 생필품이 떨어지면 여기저기 수소문해 구했으며 울고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위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축구회 활동을 할 정도로 건강했던 남편이 모처럼 집에 와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 처럼 행동 해 가슴이 미어졌는데 지금은 생명까지 위독하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hgryu7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