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지역 유일 여성 경찰특공대원 박영아 경장 "근무 중 이상 無"

기사등록 2014/06/29 11:02:13 최종수정 2016/12/28 12:58:52
【대구=뉴시스】김태원 기자 = 지난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 유일 여자 경찰특공대원 박영아(33) 경장이 경찰특공대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6.29  bplace27@newsis.com
【대구=뉴시스】김태원 기자 = 어렸을 적부터 장래희망을 적으라면 항상 '경찰'을 적어냈다. 공부는 몰라도 체력 순위를 꼽자면 반에서 늘 1, 2위를 다퉜다. 태권도 4단의 실력으로 남동생을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고 20kg가 훌쩍 넘는 장비 정도는 혼자서 거뜬하게 들어 올릴 수 있다.

 남성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 꿈을 이룬 경찰특공대원 박영아(33·여) 경장이다.  

 그는 대구지역 32명의 경찰특공대원 중 유일한 여성 대원이다. 지난 2008년 경찰특공대 시험에 합격해 서울에서 3년 간 근무한 뒤 지난 2013년 2월 대구로 발령됐다. 전술반, 폭발물처리반, 폭발물 분석반 중 전술반 소속인 그는 대테러 진압과 협상 부문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공대원이라고 하면 보통 우락부락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저를 보면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점에 먼저 놀라고, 그 다음에 제 체구를 보고 놀라요. 특공대를 할 만큼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160cm를 조금 넘는 아담한 키의 박 경장은 가녀린 체구의 소유자다. 누가 봐도 테러범을 힘으로 제압하거나 흉악범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협상을 할 만큼 강인해 보이지 않는 첫 인상이다. 그는 사람들의 이런 선입관을 뒤집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절대 강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실제로 강하면 그 반전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특공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 줄 알고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전의 매력'이라고 큰소리 치고 다니고 있죠."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 특공대원으로

 아무리 어릴 적부터 꿈이 경찰이었다지만 특공대를 향한 한 걸음은 쉽지 않았다. 경북 포항에서 인테리어 관련 업계에 종사했던 박 경장은 처음 경찰 시험을 보러 갔을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같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이 전부 운동선수 국가대표였거나 군 출신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체력이나 운동능력으로 뒤처지면 어떡하나 실기시험을 앞두고 너무 불안해서 잠도 잘 수 없었어요."  

 이미 체력과 운동능력을 평균 이상으로 채운 다른 수험생들에게 뒤질세라 그는 특단의 조치를 하게 된다. 포항의 초· 중· 고등학교 운동부를 돌아다니며 학생들과 함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정한 것. 다행히 코치들이 그의 열정을 높이 사 1년 여 동안 학생들과 함께 운동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고된 훈련에 온 몸의 근육이 다 풀려 일주일 동안 방에서 부엌까지 가는 짧은 거리도 기어가야 할 정도로 앓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붙는 게 느껴졌다. 6개월 만에 박 경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체력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2006년 도전한 경찰시험의 최종면접에서 아쉽게 탈락한 그는 1년 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허탈함에 경찰의 꿈을 잠시 접고 다시 일반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잊은 줄만 알았던 경찰의 꿈은 도로를 지나가는 순찰차만 봐도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2년 만에 다시 한번 경찰 시험의 문을 두드렸고, 이번에는 노력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박 경장은 제5기 여경 특공대원으로서의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어리바리 신입경찰이 특공대원이 되기까지

 교육 초반 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적응 문제였다. 그는 당시의 자신을 "군대의 이등병, 고문관 같았다"고 표현했다.

 "총기 손질 방법부터 '다나까' 말투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어요. 집합시간에 늦는 건 기본이고 상관이 잘못을 꾸짖으면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데 이유부터 들이대다가 더 혼나고…정말 개념이 없었던 거죠"

 사격훈련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 멋쩍음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총기를 들고 서 있다가 총구가 옆 동료를 향해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런 날은 상관에게 말 그대로 '깨지는' 날이었다.

【대구=뉴시스】김태원 기자 = 대구 유일 여성경찰특공대 대원 박영아(33) 경장의 제복. 목 깃에 경장을 뜻하는 무궁화 꽃봉오리 세 송이와 이름 석 자, 특공대원 마크가 옷에 부착돼 있다. 2014.06.29  bplace27@newsis.com
 "아무래도 특공대원들은 일반 경찰보다 다뤄야 하는 장비들도 많고 투입되는 상황도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더 엄하게 가르치셨던 것 같아요. 게다가 자기 혼자만의 생명이 아니라 팀원들까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실전처럼, 진지하게 모든 것에 임해야 하거든요"

 이미 군대를 갔다 온 남성대원들에 비해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그는 서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른 동료들이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을 할까봐 오기로라도 눈에 불을 켜고 교육을 받았다.

 ◇여성의 부드러움을 살린 특공대원

 '금녀(禁女) 구역'이었던 경찰특공대에 여경들이 처음으로 배정된 것은 지난 2000년. 선배들에게 이야기로만 들었던 당시 경찰특공대는 그야말로 무시와 텃세의 본거지였다.

 "다른 남성대원들이 대놓고 무시를 하거나 여성대원들의 훈련을 더 힘들게 하는 등 선배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족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배려 없이 무조건 특공대원이라는 특수성 자체에 모든 걸 맞춰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어온 그 역시 남성대원들에게 맞추고 체력 등 부족한 부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공대원이라고 해서 꼭 남성대원들에게만 맞출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체력은 딱 특공대원들의 평균만큼 올리고 조금 부족한 나머지 부분은 여성이 가진 강점으로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성대원들에게는 없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나 섬세함을 활용한 전술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부족한 부분은 남성대원들이 채워주고, 또 남성대원들이 없는 부분은 제가 채워주는, 그런 게 팀워크 아닐까요?"

 ◇특공대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흔들림 없는 선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일"

 박영아 경장은 올해 초 머리를 다시 한번 짧게 잘랐다. 세면실에 구비된 화장품은 선크림과 기름기 제거용 팩트, 입술보호제가 전부다. 옷장 안의 원피스는 손가락으로 꼽아 볼 정도로 적고 하이힐은 신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땡볕 아래서 사격 훈련을 받고, 구보를 뛰며, 완전무장을 한 채 순찰을 돌고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는 게 하루의 일과다. 가끔 선배들과 같이 운동을 하다가 운동장 너머로 예쁘게 꾸민 여성들이 지나가면 선배들이 오히려 "영아도 저렇게 다녀야 하는데 트레이닝복이나 입고 우리랑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대신 한탄을 해주기도 했다.

 "저도 한 때는 예쁘게 꾸미고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땀 흘리지 않고 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서 선택한 특공대원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지금 제 상황을 비관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 거라면 처음부터 그냥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머물렀겠죠."

 경찰특공대는 1983년 처음 세워진 뒤 17년만인 2000년에 처음으로 여경들을 받기 시작했다. 박 경장이 지원했던 2008년의 여경특공대 지원율은 21대 1이었지만 바로 그 다음해에는 100대 1까지 올랐다. 수많은 여경들이 계속해서 특공대원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택'의 의미가 큰 직업이기 때문에 섣불리 후배들에게 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직업상 여성으로서 포기하거나 소홀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이상 자신의 선택에 대한 굳건한 신뢰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여성 특공대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멋있으니까', '안정적인 직업이니까' 라는 이유로 지원하는 건 자신을 위해서도 안 될 일이에요. 하지만 오기와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채 자신이 선택한 길 위로 계속 걸어갈 마음가짐이 있다면 망설일 필요 없죠.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bplace2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