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아이돌이 대거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컬처앤콘텐츠(SM C&C)가 처음 제작한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엄밀히 말해 '싱잉인더레인'은 SM의 첫 뮤지컬이 아니다. 2008년 SM의 자회사인 SM아트컴퍼니가 창립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제너두'를 선보였다. 한류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과 희철을 앞세운 동시에, 디스코장 '제너두'가 배경이어서 롤러스케이트 등 색다른 볼거리를 제시했지만 대중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SM의 뮤지컬계 위상은 그 사이 격상됐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기획에 참여하는 등 뮤지컬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26)과 '샤이니' 멤버 온유(25)와 키(23) 등을 뮤지컬에 출연시키며 절치부심해왔다.
SM은 그럼에도 '싱잉인더레인'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선택을 했다. 할리우드 배우 진 켈리(1912~1996)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그러나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대사 구사가 형편 없는 라몬트로 인해 영화가 망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연극배우를 꿈꾸는 '캐시 샐든'의 도움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 '춤추는 기사'로 기사회생한다. 캐시가 리나의 목소리를 대신한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안 라몬트가 샐든을 영화계에서 생매장시키려 한다. 하지만 락우드의 아이디어로 라몬트는 자신이 짠 속임수에 스스로 말려들고 관객들 앞에서 모욕당한다. 락우드와 샐든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특히 락우드가 샐든에게 사랑을 느끼고 뮤지컬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탭댄스를 추며 주제곡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이 유명하다.
아이돌을 앞세운 화려한 하이틴 작품은 아니다. 뮤지컬이라면 으레 먼저 떠올릴, 탭댄스와 재즈풍 넘버가 넘실대는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이다. 규현과 록밴드 '트랙스' 멤버 제이(31), 한류그룹 '소녀시대' 멤버 써니(25), 대세 그룹 '엑소' 멤버 백현(22), 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멤버 선데이(27) 등 SM 소속 아이돌이 나오지만, 일부에서 염려했던 것처럼 'SM 학예회' 수준은 아니다.
SM은 이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삼총사' '캐치 미 이프 유 캔' '해를 품은 달'로 제법 뮤지컬배우로서 면모를 뽐내는 락우드 역의 규현은 제몫을 한다. 나이가 어린 탓에 락우드의 인생 풍파를 표현하는데 무리가 따르지만, 탭댄스를 비롯해 춤들을 제법 소화한다. 슈퍼주니어 멤버 중에 가장 몸이 뻣뻣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 뮤지컬 데뷔한 써니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발성은 무대 위 배우의 그것이 아니며, 연기도 딱딱하다. 한류그룹답게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괜찮다. 락우드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화려한 탭댄스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브라운 등 중요한 조연을 맡은 배우들의 기량도 예상 밖으로 믿음을 주지 못한다.
또 관객들은 비슷한 시대에 역시 탭댄스·재즈풍의 음악이 등장하는, 또 다른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아가씨와 건달들' 같은 작품에 이미 익숙하다. 이를 능가하는 한방이 없다. 게다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당시의 영화계 종사자들이 느꼈을 법한 회한과 기대를 짚어주지 못하는 등 깊이가 살짝 부족하다. 고전인 탓도 있지만 전체적인 호흡과 리듬이 늦은 점도 흠이다.
새삼 다시 확인한 것은 한류 스타의 위력이다. 15일 저녁 공연에는 규현을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팬들로 가득했다. 규현과 함께 락우드를 맡은 백현의 첫 뮤지컬인만큼 그의 출연 회차 3회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날 공연은 SM의 이수만 회장, SM C&C의 정창환 대표와 함께 '소녀시대' 멤버 윤아도 관람했다. 윤아가 커튼콜 도중 객석에서 나가자 뒤를 따르는 아시아 팬들로 공연장 일대가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히잡을 쓰고 달리는 중동 팬도 눈에 띄었다. 윤아가 '싱잉인더레인'에 출연한 건 아니지만, SM스타에 대한 글로벌적인 환호로 'SM표 뮤지컬'의 관객 동원력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무대에 올라갈수록 작품이 좋아지는 뮤지컬의 특징을 볼 때, 배우들의 노하우와 실력이 쌓이면 '싱잉인더레인'은 더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SM표 뮤지컬'은 여전히 미완일 것이다. '제너두'와 '싱잉인더레인'의 경험을 발판 삼아 선보일 차기 뮤지컬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M은 '싱잉인더레인'으로 평범한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브랜드가 이미 확고히 잡힌 기존의 뮤지컬 제작사들과 경쟁하려면 SM표 뮤지컬이 무엇인지 입증할 필요가 있다.
8월3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샐든은 써니와 함께 방진의, 최수진이 번갈아 연기한다. 라몬트는 뮤지컬배우 백주희와 선데이가 나눠맡는다. 뮤지컬배우 이병권과 육현욱이 코스모를 담당한다. 연출 김재성, 음악감독 변희석, 안무 정헌재, 무대 오필영, 조명 원유섭. 제작 랑. 6만~13만원. 1544-1555
SM표 뮤지컬,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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