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중의 별은 있게 마련,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는 누가 뭐래도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다. 큰 키에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축구계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군림해왔다. 단순히 ‘잘 생겨서’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호날두의 뛰어난 축구 실력은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3회)·잉글랜드축구협회(FA)컵(1회)·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1회)·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1회)·스페인 국왕컵(1회) 등 유럽 정상급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이다.
빠질 데 없는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호날두에게도 옥에 티는 있다. 바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의 부진한 활약이다. 클럽팀에서는 펄펄 날면서도 국가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이상하리만큼 작아지는 호날두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호날두가 축구인생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행히 최근 그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브라질에서 ‘대형사고’만 친다면 호날두는 자신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오점을 털어낼 수 있다.
▲2013년 이후 축구계 평정한 호날두
호날두에게는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라는 떼려야 뗼 수 없는 라이벌이 있다. 사실상 2000년 중후반부터는 이 두 명의 슈퍼스타가 축구계를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 라이벌 대결에서는 메시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기록 파괴자’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메시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독주 체제를 유지했다. 그는 축구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독식했다. ‘만년 2인자’에 머물러 있던 호날두는 지난해부터 반격에 나섰다. 2013년 한 해 동안 소속팀(50경기 59골)과 국가대표팀(9경기 10골)을 오가며 총 59경기에 출전해 69골을 뽑아냈다. 레알 마드리드도 정규리그와 스페인 국왕컵 2관왕을 달성했다.
결국 호날두는 지난 1월 열린 2013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메시와 프랭크 리베리(31·바이에른 뮌헨)를 제치고 FIFA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5년 만의 쾌거였다. 호날두의 활약은 2013~2014시즌에도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1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메시(28골)에게 3골 차로 앞서 있다. 1위 자리를 지킨 채 시즌을 마친다면 지난 2010~2011시즌 이후 3시즌 만에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골잡이 타이틀을 탈환하게 된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6호골 고지에 오른 호날두는 2011∼2012시즌 메시(27·FC 바르셀로나)와 1962∼1963시즌 호세 알타피니(76·전 AC밀란)가 세웠던 최다골 기록(14골)을 넘어섰다. 호날두는 오는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펼쳐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기록 경신에 나선다.
▲우리 ‘호날두’가 달라졌어요
클럽에서는 엄청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호날두다. 그는 앞서 두 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호날두는 자신의 첫 월드컵이었던 2006독일월드컵에서 페널티킥으로 단 1골에 넣는데 그쳤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약체 북한과의 조별리그에서 1골을 터뜨렸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침묵했다. 골 가뭄에 시달린 포르투갈은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0-1로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호날두는 월드컵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다. 브라질에서는 반드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호날두는 지난해 11월 열린 스웨덴과의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홀로 4골을 책임지며 자국 포르투갈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안겼다. 당시 스웨덴의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3·파리 생재르맹)와의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호날두는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고 2차전에서는 팀이 0-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포르투갈은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가나·미국과 함께 G조에 속했다. ‘죽음의 조’다.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악재이지만 명예 회복을 노리는 호날두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호날두 살아야 포르투갈 산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45) 감독은 공식 인터뷰가 있을 때면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에이스의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누군가가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팀도 승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브라질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호날두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끈 루이스 피구(42)는 지난달 25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와 가진 인터뷰에서 “포르투갈 국민은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는 호날두가 맹활약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브라질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의 성적은 호날두에게 달렸다”고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축구 황제’ 펠레(74)는 지난달 2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호날두를 소개하며 “호날두는 현재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다. 호날두의 플레이를 보면 에우제비오가 생각난다. 그들의 축구에서는 우아함과 창조성이 동시에 느껴진다”며 “축구 선수의 인생에서 월드컵 우승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포르투갈이 브라질과 만나게 된다면 저는 브라질을 응원하겠지만 (최고의 기량을 지닌)호날두가 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차기 축구황제를 향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스타는 스타다. 호날두는 쏟아지는 주변의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는 “매우 까다로운 조에 편성됐다. 우선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토너먼트부터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기대치는 항상 같다. 가능한 먼 곳까지 가는 것이다. 노력 앞에 불가능은 없다. 월드컵 우승은 제 선수 인생 최고의 영예가 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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