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4월 처음 내한공연한 영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1952~2011)는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이 곡을 바친다"며 자신의 대표곡 '스틸 갓 더 블루스(Still Got The Blues)'를 연주하며 불렀다. 내한공연 전 한국 미디어와 e-메일 인터뷰로 "젊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다니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이들을 위로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켰다.
4년이 흐른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생을 비롯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첫 내한공연 전 세월호 침몰과 관련,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던 미국의 포크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37)도 무어처럼 약속을 지켰다.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데뷔 13년 만에 연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존 메이어'에서 왼쪽 가슴에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검은 안경을 쓰고 머플러를 두른 채 정시에 무대에 오른 그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그 리본이었다.
'퀸 오브 캘리포니아(Queen of California)와 '노 서치 싱(No Such Thing)'을 연달아 들려준 그는 "첫 내한이기 이전에 재앙이 있던 이후로 첫 번째 공연이란 걸 압니다"면서 "초대해 주시고 이곳에 불러주시고 함께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고 운을 뗐다.
콘서트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공연의 머천다이즈 판매수익 전부를 (세월호 피해자) 구호활동에 기부하겠습니다.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장에 운집한 1만2000명은 환호로 화답했다. 메이어와 함께 무대에 오른 베이시스트 겸 백 보컬 션 헐리 등 세션들 역시 저마다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메이어는 말과 실천뿐 아니라 음악으로 위로를 안겼다. "아픈 마음으로 힘든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연주하겠다"는 그의 말은 멜로디로 치환되며 청중들의 마음에 가닿았다. 세월호의 슬픔만 표현하지 않았다. 그의 기타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반응했다. 무대 내내 기타와 희로애락을 공유했다.
오후 8시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흘러나온 미국의 록&롤 가수 톰 페티(64)의 '프리 폴링(Free Fallin)'는 분위기를 더 달궜다. 컨트리풍의 '와일드파이어(Wildfire)를 부를 때는 박수를 유도하고, 어깨춤을 덩실거리기도 했다
메이어는 지미 헨드릭스(1924~1970)와 에릭 클랩턴(69)의 뒤를 잇는 기타리스트로도 통한다. 그런 그답게 '유어 보디 이스 어 원더랜드(Your Body Is A Wonderland)'와 '네온(Neon)' 등을 들려줄 때는 앞뒤로 기타 중연주 실력을 뽐냈다. 여러 스트로크 주법을 선보였고 베이스처럼 다루기도 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 '어 페이스 투 콜 홈(A Face To Call Home)'을 들려주기 직전 다시 한국을 오겠다고 약속한 메이어는 13년 만에 처음 내한공연한 것을 상기시키듯 "13년 안에 다시 오겠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앙코르곡으로는 기타의 블루스 선율의 시작인 인상적인 곡으로 메이어의 대표곡인 '그래비티'가 흘러나왔다. 이 순간만큼은 무대에선 그나 이 곡을 '떼창'하는 청중들이나 모든 슬픔과 아픔의 '중력'에서 벗어났다. 메이어의 콘서트는 그렇게 일종의 위령제가 됐다.
<사진> 현대카드·액세스ENT 제공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