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트아는 이날 양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8분 윌리안(26)의 크로스에 이어진 캡틴 존 테리(34)의 헤딩슛을 막아냈다. 팀의 챔스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태기 위해 부상에서 서둘러 복귀한 테리의 노력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23)가 자신과의 1대1 상황에서 날린 회심의 슈팅까지 발로 막아버렸다. 골로 연결됐다고 해도 승패를 뒤집을 수 없었지만 첼시나 역시 팀을 결승으로 이끌기 위해 부상에서 돌아온 아자르 모두에게 좌절감을 안기는 슈퍼 세이브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쿠르트아의 원 소속팀은 첼시다. 2011~2012시즌 첼시 입단과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와 골키퍼로 성장해왔다.
당초 쿠르트아는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처지였다. 양 구단 간 임대 계약에 '쿠르트아가 첼시전에 출전할 경우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상금은 500만 유로(약 71억원)로 알려졌다.
그러나 UEFA가 '경기의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계약 조항을 무시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준 덕에 쿠르트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지막 방패'가 돼 지난 4월23일 1차전을 0-0 무승부로 틀어막은 데 이어 테리는 물론 아자르, '해결사' 사무엘 에투(33) 등 친정의 날카로운 '창'들이 부상에서 복귀해 출전한 이날 친정을 울렸다.
조제 무리뉴(51) 첼시 감독은 "쿠르트아의 엄청난 수비력에 막혔다"면서 "아자르의 슛을 막아낸 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테리의 헤딩슛을 막은 것도 결정적인 선방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쿠르트아는 현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키퍼다"고 말해 첼시 팬들이 첼시의 결승 진출 좌절로 쿠르트아에 대해 혹시라도 가질지도 모르는 불만으로부터 쿠르트아를 보호해줬다.
쿠르트아는 현재 프리메라리가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승점 88점(28승4무3패)으로 2위 FC바르셀로나(27승3무5패·승점 84점), 한 경기를 덜 치른 3위 레알 마드리드(26승4무4패·승점 82점)를 따돌리고 근소한 차이이지만 리그 1위를 질주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슈퍼 세이브 능력은 디에고 시메오네(44) 감독의 '압박축구'와 만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 시즌 리그 최저 실점(22점)을 일구는 기반이 됐다.
다만 2014~2015시즌 첼시에 복귀할 경우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반사신경, 고공 장악력, 수비진 지휘력 등을 두루 갖춘 베테랑 수문장 페트르 체흐(32)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쿠르트아는 일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더블(리그·챔스 우승)을 견인한 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차세대 거미손'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첼시로의 금의환향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쿠르트아가 아자르 등과 더불어 한국이 속한 H조의 최강 벨기에 국가대표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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