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구단 AC 밀란과 이탈리아대표팀의 주포 마리오 발로텔리(24)는 한국에서도 '4차원'·'멘탈갑' 등으로 일컬어질 정도의 독특한 정신 세계와 갖가지 기행으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29·잉글랜드)·리버풀의 루이스 수아레스(27·우루과이) 등과 함께 '세계 축구계 3대 악동'으로 통한다.
그렇다고 그가 욕 먹을 짓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단 소년병'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안타까워 하다 못해 사재를 털어 수단에 학교를 지어줬고, 길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구했다. 또 카지노에서 딴 돈을 우연히 만난 노숙자에게 다 털어주기도 했다.
발로텔리를 만화 캐릭터 '슈퍼마리오'라고 부르며 애정을 나타내는 팬들은 그의 본성이 선하다고 적극 변호해주면서 일부 돌출 행동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탓에 출중한 실력이 가려지고 있다고 아쉬워 한다.
발로텔리는 1990년 가나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동생과 함께 이탈리아인 가정에 입양된 그는 인종차별이 심한 이탈리아에서 피부 색깔 탓에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의 탈출구가 바로 축구였다. 양부모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축구를 시작한 그는 2005~2006시즌 AC 루메자네(이탈리아)의 유스팀에서 재능을 뽐낸다.
로베르토 만치니(50) 당시 인터 밀란 감독의 눈에 띄어 2007~2008시즌 인터 밀란에 입단한 그는 만 17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장신(189㎝)과 뛰어난 테크닉, 확실한 골 결정력을 무기로 교체 멤버로 성장해간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그는 친아버지처럼 믿고 따른 만치니 감독이 떠나고 조제 무리뉴(51)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오른 2008~2009시즌부터 방황하기 시작한다.
무리뉴 감독과 갈등을 빚은 발로텔리는 구단에 "무리뉴 감독과 일하고 싶지 않다. 감독을 교체해달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등 각종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된 그였지만 천부적인 실력만큼은 흔들림이 없어 2009~2010시즌에 발로텔리는 교체멤버로 주로 출전하면서도 리그에서 9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기여했다.
그런 '샛별'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들이 내버려둘 리가 만무했다 2010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2) 당시 감독은 그를 "차세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극찬하면서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발로텔리의 발길이 향한 곳은 맨체스터 시티였다. 맨시티가 셰이크 만수르(44) 구단주의 '오일 머니' 덕에 2300만 파운드(약 402억원)의 이적료 정도를 '껌값'으로 여긴 이유도 컸지만, '은사'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구단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010~2011시즌 맨시티의 유니폼을 입은 발로텔리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EPL 17경기에서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6경기에서 3골을 넣으면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2011~2012시즌이 되자 발로텔리는 가히 '물 만난 고기'가 됐다. EPL 23경기에서 11골을 성공하면서 팀이 44년 만에 EPL에서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챔스에서도 전 시즌에 이어 6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발로텔리는 조별리그 아일랜드전(2-0)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이탈리아의 8강행을 이끈 데 이어 0-0 혈투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한 8강 잉글랜드전에서는 만 22세의 나이에 첫 키커라는 중책을 맡아 침착하게 골망을 갈라 4-2 승리를 견인했다. 빠른 두뇌 회전과 가공할 킥을 겸비한 '퍼펙트 페널티커'로서의 위력을 증명해 보이는 골이었다.
독일과의 준결승전(2-1 승)에서는 막강 '전차군단'을 상대로 전반전에 멀티골을 기록해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에 다리를 놓았다. 이날 골을 작렬한 뒤 바로 양어머니에게 달려가 "어머니를 위해 골을 넣었다"고 말하며 뜨겁게 포옹해 따뜻한 본성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그러나 발로텔리는 2012~2013시즌 전반기에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EPL에서 14경기에 출전했지만 1골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고, 갖가지 사고로 출장정지 징계를 자주 받았다. 이 때문에 구단에 벌금 34만 파운드(약 6억원)를 내기도 했다. 급기야 만시니 감독과 갈등을 빚으면서 발로텔리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결국 발로텔리는 2013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팀인 AC 밀란에 둥지를 튼다.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287억원)로 맨시티 입단 당시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그것도 5년 할부로 처리하는 것으로 양해가 됐다. 아무리 돈 많은 맨시티라고 해도 계약기간이 2년 반이나 남은 발로텔리를 그처럼 헐값에 내준 것으로 볼 때 발로텔리와의 불화가 얼마나 컸는가를 가늠해볼 만하다.
발로텔리는 2012~2013시즌 후반기 리그 13경기에서 12골의 골 폭풍을 일으키며 일약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는다. 그의 맹활약 덕에 AC 밀란은 2012~2013시즌 3위에 랭크돼 전 시즌 2위의 명예를 간신히 지킬 수 있었다.
2013~2014시즌에도 발로텔리는 리그에서 27경기에 출전해 14골을 기록 중이다. 팀 내 최다 득점이자 리그 6위다. 리그 득점 선두인 유벤투스의 카를로스 테베스(30·아르헨티나)의 30경기 18골과 비교해봐도 손색 없는 기록이다.
그러나 발로텔리는 AC 밀란과도 곧 작별을 고할 전망이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27일(한국시간) "AC 밀란이 발로텔리를 포기했다"고 전해 올 시즌 내내 발로텔리를 두고 일던 방출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계기는 지난 26일 열린 세리에A 35라운드 AS 로마전(0-2 패) 직후 가진 발로텔리의 인터뷰다. 발로텔리는 세리에 A 대선배들인 방송 해설가들에 대해 "당신들은 축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독설을 퍼부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발로텔리는 선발 출전했으나 슈팅 한 번 제대로 날려보지 못한 채 후반 24분 교체아웃되고 말았다.
발로텔리는 해설가들이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최고의 선수가 아니다"고 혹평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발로텔리는 평소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만을 꼽아왔다. 그것도 '조금 뛰어난 정도'라고 전제할 정도로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마침 EPL의 부자구단 첼시가 발로텔리의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 무리뉴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냉철하기로 소문난 그답게 팀에 필요한 '재능'이기에 사사로운 감정을 억누르고 발로텔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발로텔리에게는 덧씌워진 '악동'의 이미지를 뛰어넘을 실력과 가능성이 만재돼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수아레스의 우루과이(FIFA 랭킹 5위)·루니의 잉글랜드(11위) 그리고 코스타리카(34위)와 함께 D조에 편성된 '아주리 군단'의 선봉장을 맡게 될 발로텔리. 그가 악동들과의 맞대결에서 '기행'과 '활약' 중 어떤 것으로 세계 축구팬을 뜨겁게 달굴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