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이언스]화장품에 담긴 역사와 과학

기사등록 2014/04/2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2:41:06
【서울=뉴시스】

 몇천 원대 로드샵 화장품부터 몇십만 원대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까지….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남성 화장 인구의 증가,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인층 인구의 소비, 10대 청소년들의 화장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세계 11위(2013년, 대한화장품협회) 수준으로,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은 물론 한방 성분의 차별화된 고기능성 제품,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과 포장, 마케팅의 위력으로 뷰티 산업은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 과학의 세계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화장품은 미와 관련된 화려한 사치성 소비제품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그 제조 공정과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과학의 기여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분야다.

 화장을 시작한 시기는 정확하게 단정 짓기 어렵지만, 고대 벽화나 유물 등을 분석해 보면 인간의 출현과 동시에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연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과 종족 본능을 위한 미적 기능으로 시작됐으며 주술적,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면서 더욱 발전해 왔다. 부족형태의 사회에서는 계급장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구분하기 위해 문신 등이 사용됐으며 아직 이어지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화장의 역사는 흥미롭게도 단군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준 쑥과 마늘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대표적인 피부 미백제다. 마늘과 쑥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쑥을 달인 물과 마늘을 삶은 물에 목욕한 곰이 여인으로 환생한다. 이것은 고대 사회의 지배층이 희고 고운 피부를 지닌 여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과정으로 곰 토템 부족의 주술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만, 고조선 사람들이 흰 피부를 좋아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화장품은 각종 오일, 정제수, 유화제, 색소, 향료 등을 혼합하여 만든다. 화장품의 종류는 기능과 용도에 따라 그 성분도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화장품은 계면활성제의 특징을 지닌다. 계면활성제란 물에 녹기 쉬운 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녹기 쉬운 친유성 부분을 동시에 지닌 물질로 비누나 세정제, 주방용품 등에 많이 사용된다. 피부에 묻은 기름때를 제거하여 물로 씻어내는 과정이나 보습과 영양을 위해 각종 정제수, 오일 성분이 피부에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계면활성제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다음으로 화장품은 고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한방향, 허브향, 장미향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독특한 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이는 화장품 제조과정에서 ‘방향족’이라 불리는 특정 성분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천연 장미나 오렌지 없이도 고유의 향을 합성할 수 있는 것은 벤젠고리를 포함한 방향족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판되는 화장품의 제품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응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제품의 산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결과로 화장품의 유통 기간이 조절되고 있다. 화장품 뚜껑을 열어 공기에 노출되었을 때 화장품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는 필수적이면서도 과학적이다.

 이처럼 화장품 속에 담긴 과학의 원리는 매우 복잡하고 심오하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성장 속도를 더해가는 고기능성 화장품은 좀 더 진보된 과학기술,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NT)과 함께하고 있다.

 나노 기술이란 무엇일까?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나노는 10억분의 1을 의미한다. 나노미터(㎚)를 활용한 나노 기술은 나노 로봇, 강철보다 강한 탄소나노튜브, 정보통신,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피부를 희게 만드는 미백 화장품, 세월의 흔적을 지워주는 노화 방지용 화장품, 기미와 주근깨 생성의 억제,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크림 등 고기능성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도 나노 기술이 적용된다.

 피부 세포의 간격보다 작은 나노 구조물을 이용하여 피부의 각질층을 통과하여 피부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을 극대화 시켜준다. 나노 구조물은 리포솜(liposome)이라는 약물 전달 캡슐로 축구공처럼 이중 층으로 되어 있어 캡슐 안에 비타민이나 천연 추출물을 넣고 세포막 성분과 비슷한 인지질로 싸서 만드는데 피부를 뚫고 세포 내에 도착해 성분의 빠른 흡수를 돕는 첨단 과학 기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나노 기술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의의 목적으로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간 것처럼 나노 기술이 합성 제품의 또 다른 부작용을 빠르게 전달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아침을 함께 열어주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까지 피부에 활력과 휴식을 주는 화장품의 세계도 화학과 바이오테크, 나노기술 등 각종 과학기술과 첨단과학의 합작품이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김경희(구성고 수석교사)

 khkim02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