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청와대 공식환영식은 통상 외빈 방문시 본관 앞에서 취타대연주 행사를 하던 관례를 깨고 조용히 치러졌으며 사열행사시 있던 어린이 환영단 행사도 생략됐다. 청와대 방문에 앞선 경복궁 방문도 문화행사를 취소한 채 진행됐다.
세월호 사고로 한국 국민이 겪고 있는 슬픔에 애도를 표하는 차원에서 방한 전에 우리 측에 화려하지 않은 일정을 짜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5시간 가까이 함께 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로 어린 생명들이 희생된데 대해 이날 여러 차례 애도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오늘 방문이 한국민들이 깊은 비탄에 빠져있는 시기에 왔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미국민을 대표해서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나는 이런 큰 희생자와 사망자를 잃은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본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젊은 사람들은 한국의 힘과 미래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아프게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박 대통령은 묵념 후에 "이렇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사고가 난 후에 대통령께서 직접 위로의 뜻을 전해주시고, 또 구조함 파견 등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셔서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 국기를 가지고 왔다"면서 사고 당시 백악관에 게양됐던 성조기를 전달하고 애도의 뜻을 재차 표했다.
그는 "미국에는 군인이나 참전용사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국기를 증정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 미국 국기는 세월호가 침몰한 바로 그날 백악관에 게양됐던 그 국기"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한국 정부를 통해 목련 묘목을 단원고에 전달하면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백명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희생된 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던 단원고등학교에 백악관의 목련 묘목을 바친다"고 위로의 뜻을 함께 전했다.
정상회담에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對)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을 실제 결정하는 핵심인사들이 참석했다. 백악관의 수잔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벤자민 로즈 국가안보부보좌관, 에반 메데이로스 아시아담당선임보좌관, 시드니 사일러 한국담당보좌관, 성 킴 주한대사, 다니엘 러셀 동아태차관보, 마이크 프로만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 대통령과 함께 10여분간 청와대 내 정원을 산책했다. 두 정상은 통역만 대동한 채 지난해 5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의 산책에 이어 친교를 두텁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주 수석은 전했다.
산책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식을, 오바마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각각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30분 길어진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두 정상은 청와대 내 산책을 끝내고 저녁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업무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찬은 외국 정상에 대한 환영만찬 대신 업무 위주의 만찬으로 꾸려졌다. 음악연주도 생략됐다. 만찬 메뉴로는 미국산 안심스테이크와 와인, 색동구절판, 삼계죽, 궁중신선로 등이 나왔다.
주 수석은 "만찬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간 협력을 포함한 개발협력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이행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의 경제 문제를 포함해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와 녹색기후기금(GCF), 우주협력 등과 범세계적 문제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 정상회담에 비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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