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대한민국 사회 부적응자' 박건우와 '일본의 활동형 히키코모리' 미키가 만나 오로지 '감(感)' 하나로 결혼한 뒤,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이름 짓고 집도 절도 없이 국외를 떠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일 뿐이다. 거침없이 살아도,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살아도 이들은 충분히 행복하다. 계획 없이 무책임하게 산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현실에 충실하게 산다는 건 삶의 진정한 의미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솔직하고 자유분방하며 그때그때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독특한 여행기는 현실과 사회의 통념에 얽매인 이들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박씨는 고등학생 시절 교무실에서 한 달간 체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퇴학을 당하자, 기타를 메고 전국을 떠돌며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스무 살에 노약자용 세발자전거로 일본 열도를 누비며 노숙하고, 26세에 동남아 여행 중 태국에서 9세 연상 일본 여성 미키를 만나 손톱에 낀 때와 비듬에 반해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해 결혼했다. 이때 박씨의 수중에는 27만원이 전부였다. 결혼 후에는 둘이서 함께 인도,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정확한 직업도 거주지도 없이 잡다한 재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단출한 배낭을 메고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언제든 내키는대로 여행을 떠난다. 집도, 돈도, 직업도 없지만 이들은 국적, 연령, 조건, 환경 등 그 어떤 제약과도 무관하게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모든 사회적 관습과 편견을 사뿐히 뛰어넘으며 무엇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지 직설적으로 되묻는다.
돌아올 곳을 정해놓지 않고 떠나 매 순간 정면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여행의 낭만보다는 삶의 치열함과 순수함,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도 있다. 336쪽, 1만3800원,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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