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박칼린, 남자들 홀딱 벗겼네…여자들 위한 관음쇼?

기사등록 2014/03/31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12:31:45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47)이 성인 여성관객 만을 위해 만든 버라이어티 공연 '미스터 쇼(Mr. Show)'가 외설 시비를 낳고 있다.

 근육질의 남자배우들이 8개 테마에 맞춰 관능적인 춤과 노래, 입담을 뽐내고 여자관객들이 이를 지켜보는 무대 쇼다. 여성들의 숨겨진 본능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녀들이 마음 속에 숨겨 놓은 판타지를 솔직하게 그리는 것을 표방했다.

 남자관객은 입장할 수 없다. 공연을 홍보하는 커뮤니크는 "'미스터쇼'는 순수히 여자관객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남자기자도 관람이 제한된다"면서 "남녀의 성별을 넘어선 자유로운 관람은 추후에 하루 자리를 따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7일 개막한 '미스터쇼'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남자배우들이 속옷까지 벗어 던지며 뒷모습을 전라로 보여주는 등 외국의 여성전용 클럽쇼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자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남자배우의 몸을 더듬는 장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여성관객들은 "선정적이고 야한 공연이지만, 혐오스럽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박 연출이 수위 조절을 잘했다는 칭찬도 있다. "숨겨져 있던 여성의 욕망을 양지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높이 산다. 끈적한 분위기가 없다"는 긍정적인 평도 나왔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과 정철호가 MC로 나서 분위기를 띄우기 때문에 공연 내내 유쾌한 분위기라는 소감도 있다.  

 공연을 관람한 30대 후반 A는 "보는 내내 시원시원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들의 억눌린 성을 풀어줄 공연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맞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루하다는 혹평도 있다. "벗은 몸만 내내 보여주고 별다른 내용이 없어 불쾌했다"는 것이다. "별다를 게 없는 공연에 여성의 억눌린 욕망의 창구를 마련한다는 허울 좋은 의미만 부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들이 여성의 벗은 몸을 보고 환호하는 모습에 불쾌해하면서 "남성들의 왜곡된 성에 대한 의식을 정작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수많은 남성 중 '근육질'을 택했고, 여성들이 이런 남성들만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강요하다"고 있다며 불편해 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 배우들이 아니라 퍼포먼스에 대한 만족감이 높지 않다는 평도 따른다. 

 20대 초반 대학생 B는 "입장을 바꿔 무대 위에 여성이 올라가서 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공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극의 구성과 연출을 맡은 박씨는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숨겨진 욕망을 활용하면 오히려 더 밝고 건전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지적하는 부분은 '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어느 네티즌은 "박칼린은 시장을 읽었고 작품은 어설프게나마 그곳을 향해 있다"고 짚었다.

 무대인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400여석) 규모에 비해 다소 비싼 티켓값(6만~8만원)도 지적 대상이다.  

 전문가 대부분은 형식을 갖춘 공연이 아니라면서 평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무 김윤규,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의상디자이너 김도연 등 스태프들은 내로라하는 이들로 꾸렸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등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제작한 KCMI의 파트너사인 미스터쇼프로덕션이 제작한다. 6월28일까지 볼 수 있다. 러닝타임 70분. 02-547-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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