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미국민만 좋아할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기사등록 2014/03/26 11:14:01 최종수정 2016/12/28 12:30:24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캡틴 아메리카2’ 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를 보기 전 먼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뛰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해야한다. 미국에서의 호응만큼 해외에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영어권에서도 미국 매체들은 찬사를 보낸 반면, 영국매체들은 박한 점수를 줬다. 미국 외 국가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상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앞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를 뜻한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이들이 모두 등장하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세상이다. ‘캡틴 아메리카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9번째 작품으로 ‘퍼스트 어벤져’(2011)의 속편이자 ‘어벤져스’(2012)와도 연계된다.

 굉장히 영악한 전략이다. 남자아이들이 딱지 수집이라도 하듯 개봉 족족 전편을 다 봐야할 것 같은 안달을 내게 만든다. 영화 말미 엔딩크레디트 전후에는 어김없이 두 개의 쿠키영상이 숨어있다. 하나는 ‘어벤져스’의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예고, 다른 하나는 ‘캡틴 아메리카2’의 후속편(2016)을 위한 떡밥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술수가 더욱 잘 먹힐 것 같다. 일단 한국여우 수현(29)이 캐스팅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30일부터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촬영을 한다니 관심도가 급상승한 상태다. ‘퍼스트 어벤져’는 북미지역에서도 제작비를 겨우 회수한 정도이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33)가 봉준호 감독의 영어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하며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간 상황이다. ‘퍼스트 어벤져’의 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터 어벤져’다. 오랜 미군주둔으로 인한 반미 감정을 고려해 부제를 제목으로 할 정도로 한국민의 눈치를 봤다. 한국 외에서는 냉전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제목을 달았다. 이번에는 자신있게 ‘캡틴 아메리카’를 앞세운 타이틀을 가지고 들어왔다.

 전편 ‘퍼스트 어벤져’에서 2차대전 중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군홍보영화나 쇼에 이용되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대위는 극중 12세 아동들에게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래도 독일군이라는 실체적 적과 싸우는 역사성을 확보했다. 후속편은 무대가 현대로 옮겨오며 스케일도 커지고 모든 것이 세련돼졌으나 더욱 만화적이 됐다. 15세이상관람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는 사실 전작에서 자평하듯 어린이들에게나 통할 상상의 세계다.

 미국민들에게는 성조기가 새겨진 방패를 들고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릴 만큼 국가적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가 상징하는 ‘애국심’이 감동 깊게 다가올지 몰라도 제3자의 눈으로 볼 때는 황당한 부분이 많다. 캡틴 아메리카의 한 마디에 퇴역군인 샘 윌슨(앤서니 매키)은 즉시 그의 편이 돼 싸우고, 국제평화조직 실드(S.H.I.E.L.D.)의 직원들은 한 치 고민없이 상사를 버리고 그를 돕는다.

 이건 한때 ‘슈퍼맨’의 선악대결로 어렴풋이 우상화된 미국 WASP(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의 패권주의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리지널 ‘슈퍼맨’(1978) 시리즈의 타이틀롤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브(1952~2004)가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정통 미국 선조를 지닌 뼈대 있는 미국 주류지배계급 집안의 자손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크다. 거기에 미치진 못하나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고전미남 크리스 에번스도 봉준호 감독의 표현을 빌면 ‘보스턴 엄친아’다. 보스턴은 메이플라워호가 상륙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G 로버트 밥 에번스 3세라는 거창한 영국계 이름을 지닌 그의 아버지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극단 미술감독, 외삼촌은 하원의원이다.

 DC코믹스가 1938년 선보인 슈퍼맨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에 대항해 마블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코믹스가 1941년 내놓은 슈퍼히어로가 캡틴 아메리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애국심 고취를 위해 태어난 이 캐릭터는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다. 성조기를 두른 듯한 슈트를 입고 미국식 조국애를 강조해 슈퍼맨만큼 정의로운 영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로 이러한 노림수를 희석시킨다. 1편에서는 나치의 과학부대 히드라와 대항하는 특수부대에 흑인과 아시아인도 포함시킨다. 흑백차별이 심한 1940년대임에도 흑인병사는 대학을 다닌 통역병으로 나오고, 극소수였던 일본계까지 찾아 끼워넣는다. (일본계 미국인 짐 모리타 역은 한국계 배우 케네스 최가 맡았다)

 일반성을 벗어난 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2편에서도 캡틴 아메리카의 최대 조력자로 아프리카계를 배치한다. 여성 캐릭터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에게도 상당히 입체적 역할을 부여한다. 물론 163㎝의 병약한 스티브가 혈청을 맞고, 기계에 한번 넣어지고는 188㎝의 근육질로 탈바꿈할 정도의 만화원작이니 너무 따져 보는 게 도리에 맞지는 않다. (크리스 에번스의 실제 키는 183㎝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 직후 세워진 실드의 설립자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라는데, 캡틴 아메리카가 70년간의 냉동상태에서 깨어났다면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뻘인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 같은 세세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일단 보여주려는 것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출연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들에 대한 비중 분배도 어수선하고 짜임새는 몹시 떨어진다. 70년의 갭을 딛고 현재에 적응하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고뇌를 표현하고 싶은데 산발적 나열에 그친다. 대체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되는 시리즈에서 새로운 로맨스와 호적수와의 사연 등 스토리의 확장을 위해 판을 넓힌 것이다. 프랜차이즈 방식이라는 장삿속도 좋고, 형제감독이 TV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왔긴 하지만 TV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그 한 편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히틀러의 가상 과학부대 히드라가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는 음모론적 배경부터 이래저래 후려치는 엉성한 사건과 배경들은 액션신을 위한 밑밥일 뿐이다. 도로 추격신에서부터 공중함대 위의 싸움, 전투기 출동, 엘리베이터 안에서 1대 10 대결 등 군더더기 없이 절도있는 액션은 꽤 볼만하다. 1940년대에서 온 캡틴 아메리카는 첨단무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저 육탄전으로 모든 격투를 해결하는데 나름의 쾌감이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 에번스는 체조, 애크러배틱, 복싱, 파쿠르는 물론 합기도, 가라테 같은 여러 동양무술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어찌됐든 136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좀 길다. 액션신과 비주얼 이펙트를 우위에 놓고 구성을 짜다보니 산란해진 스토리 탓에 집중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3D컨버전이 특별한 눈요깃거리가 되지도 못한다. 블랙 위도는 계속 거리를 두는 것이 너무 솔직하고 이미 시놉시스에 지금은 90대로 숨만 겨우 붙어있는 옛 연인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의 손녀로 알려진 요원13(에밀리 반캠프)와의 ‘섬싱’도 김빠진 풍선 꼴이다. 역시 슈퍼솔저 프로그램에 의해 윈터솔져가 돼 나타난 스티브 로저스의 옛 친구 버키 반즈(세바스천 스탠)의 정확한 정체도 2년 뒤 3편 개봉을 기다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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