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를 뜻한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이들이 모두 등장하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세상이다. ‘캡틴 아메리카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9번째 작품으로 ‘퍼스트 어벤져’(2011)의 속편이자 ‘어벤져스’(2012)와도 연계된다.
굉장히 영악한 전략이다. 남자아이들이 딱지 수집이라도 하듯 개봉 족족 전편을 다 봐야할 것 같은 안달을 내게 만든다. 영화 말미 엔딩크레디트 전후에는 어김없이 두 개의 쿠키영상이 숨어있다. 하나는 ‘어벤져스’의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예고, 다른 하나는 ‘캡틴 아메리카2’의 후속편(2016)을 위한 떡밥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술수가 더욱 잘 먹힐 것 같다. 일단 한국여우 수현(29)이 캐스팅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30일부터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촬영을 한다니 관심도가 급상승한 상태다. ‘퍼스트 어벤져’는 북미지역에서도 제작비를 겨우 회수한 정도이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33)가 봉준호 감독의 영어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하며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간 상황이다. ‘퍼스트 어벤져’의 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터 어벤져’다. 오랜 미군주둔으로 인한 반미 감정을 고려해 부제를 제목으로 할 정도로 한국민의 눈치를 봤다. 한국 외에서는 냉전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제목을 달았다. 이번에는 자신있게 ‘캡틴 아메리카’를 앞세운 타이틀을 가지고 들어왔다.
미국민들에게는 성조기가 새겨진 방패를 들고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릴 만큼 국가적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가 상징하는 ‘애국심’이 감동 깊게 다가올지 몰라도 제3자의 눈으로 볼 때는 황당한 부분이 많다. 캡틴 아메리카의 한 마디에 퇴역군인 샘 윌슨(앤서니 매키)은 즉시 그의 편이 돼 싸우고, 국제평화조직 실드(S.H.I.E.L.D.)의 직원들은 한 치 고민없이 상사를 버리고 그를 돕는다.
이건 한때 ‘슈퍼맨’의 선악대결로 어렴풋이 우상화된 미국 WASP(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의 패권주의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리지널 ‘슈퍼맨’(1978) 시리즈의 타이틀롤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브(1952~2004)가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정통 미국 선조를 지닌 뼈대 있는 미국 주류지배계급 집안의 자손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크다. 거기에 미치진 못하나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고전미남 크리스 에번스도 봉준호 감독의 표현을 빌면 ‘보스턴 엄친아’다. 보스턴은 메이플라워호가 상륙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G 로버트 밥 에번스 3세라는 거창한 영국계 이름을 지닌 그의 아버지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극단 미술감독, 외삼촌은 하원의원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로 이러한 노림수를 희석시킨다. 1편에서는 나치의 과학부대 히드라와 대항하는 특수부대에 흑인과 아시아인도 포함시킨다. 흑백차별이 심한 1940년대임에도 흑인병사는 대학을 다닌 통역병으로 나오고, 극소수였던 일본계까지 찾아 끼워넣는다. (일본계 미국인 짐 모리타 역은 한국계 배우 케네스 최가 맡았다)
일반성을 벗어난 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2편에서도 캡틴 아메리카의 최대 조력자로 아프리카계를 배치한다. 여성 캐릭터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에게도 상당히 입체적 역할을 부여한다. 물론 163㎝의 병약한 스티브가 혈청을 맞고, 기계에 한번 넣어지고는 188㎝의 근육질로 탈바꿈할 정도의 만화원작이니 너무 따져 보는 게 도리에 맞지는 않다. (크리스 에번스의 실제 키는 183㎝다)
일단 보여주려는 것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출연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들에 대한 비중 분배도 어수선하고 짜임새는 몹시 떨어진다. 70년의 갭을 딛고 현재에 적응하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고뇌를 표현하고 싶은데 산발적 나열에 그친다. 대체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되는 시리즈에서 새로운 로맨스와 호적수와의 사연 등 스토리의 확장을 위해 판을 넓힌 것이다. 프랜차이즈 방식이라는 장삿속도 좋고, 형제감독이 TV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왔긴 하지만 TV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그 한 편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히틀러의 가상 과학부대 히드라가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는 음모론적 배경부터 이래저래 후려치는 엉성한 사건과 배경들은 액션신을 위한 밑밥일 뿐이다. 도로 추격신에서부터 공중함대 위의 싸움, 전투기 출동, 엘리베이터 안에서 1대 10 대결 등 군더더기 없이 절도있는 액션은 꽤 볼만하다. 1940년대에서 온 캡틴 아메리카는 첨단무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저 육탄전으로 모든 격투를 해결하는데 나름의 쾌감이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 에번스는 체조, 애크러배틱, 복싱, 파쿠르는 물론 합기도, 가라테 같은 여러 동양무술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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