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7번 방의 선물'…영치금 모아 수술비 전달

기사등록 2014/03/21 16:49:50 최종수정 2016/12/28 12:29:09
【안양=뉴시스】이승호 기자 = 교도소 수형자들이 뇌 종양 수술을 앞둔 동료 수형자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십시일반 영치금을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수형자들의 이 같은 정성에 교도관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안양교도소는 오는 25일 뇌 종양 수술을 앞두고 있는 남모(31)씨에게 모자란 수술비 300여 만원을 전달한다고 21일 밝혔다.  남씨는 뇌 수술 때문에 지난달 24일 형 집행 정지로 출소했다. 술집에서 일어난 사소 한 말다툼 끝에 상해치사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남씨는 청각신경 집종이라는 악성종양 제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자칫 청각을 잃을 수 있는 처지다. 이번이 세번째 수술이다.  남씨는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암담한 상태였다. 남씨는 어린 딸이 희귀병을 앓아 그동안 수술비로 모아둔 돈은 딸 병원비로 모두 들어갔다.  남씨의 구속 뒤 아내와 딸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했다.     남씨의 수형 시절 알게 된 천주교 수원교구 장유 신부가 출소한 남씨를 찾아가면서 이런 딱한 사정이 알려졌다.         장 신부는 교도소 목회 때 남씨의 소식을 궁금해 하던 동료 수형자들에게 이를 알렸고, 수형자 10여 명은 영치금을 모아 남씨를 돕기로 했다.  수형자들은 영치금으로도 부족한 돈을 장 신부와 교도소측에 요청했다. 권기훈 안양교도소 소장과 간부 직원들도 흔쾌히 나섰다.  남씨는 불의의 사건으로 구속은 됐지만 독실한 신앙심과 모범적인 수형 생활로 교도관과 동료들로부터 건실하다는 평을 받았다. 남씨의 모금에는 수원교구 교정사목회도 동참하기로 했다.  교도소 권 소장은 "비록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수형자들이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보듬기 위해 나선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jayoo2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