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이야기(19)]초대받지 않은 손님(1)

기사등록 2014/02/17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2:18:11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17세기 유럽에서 고급 사교장으로 출발한 카지노는 많은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마력을 간직하고 있다.

 강원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개장 이후 당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고객이 강원도 첩첩산중 강원랜드를 찾아온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00년 10월28일 스몰카지노 개장, 2003년 3월28일 메인카지노 이전과 함께 고객이 급증한 강원랜드는 년간 300만이 넘는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물론 강원랜드는 개장이후 단 한 번도 고객들에게 게임을 즐기러오라는 홍보나 판촉을 한 일도 없다.
 
 여기에는 손이 근질근질하거나 짜릿한 승부욕에 목마른 사람 또는 카지노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산 넘고 강 건너 고한과 사북 골짜기에 몰려 왔다.

 또 게임머니로 용돈을 가지고 온 서민, 넘쳐나는 생활비를 주체하지 못하는 부유층, 적금이나 곗돈을 탄 사람에 수표나 칩스를 위조한 경우도 있었다.
 
 2000년 10월 스몰카지노 개장이후 김광식 사장은 "강원랜드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랜드 관련 기사가 좋든 나쁘든 많이 소개되는 것이 좋다. 물론 밝은 기사가 좋겠지만 나쁜 기사라도 강원랜드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한 간부는 카지노 고객이 넘쳐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지난 수십년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13개가 있었지만 내국인 전용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외국에서 카지노를 접해보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영화나 TV를 통해 보던 카지노에 호기심이 많았다.

 때문에 바닷가나 강원도 계곡에 휴가차, 또는 등산, 스키, 골프를 왔다가 카지노에 들르게 된다. 희소성이라는 점에서 도로교통이 열악하고 불편해도 카지노에는 늘 고객이 붐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 5월 7억7668만원의 잭팟 당첨금 전액을 KAIST에 기부해 감동을 안겼던 안승필씨의 아름다운 사연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강원랜드를 소개한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가끔 '초대 받지 않은 달갑지 않은 손님'이 카지노에 찾아오는 바람에 강원랜드도 곤혹을 치르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동아건설 자금부 박 부장은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초까지 대한민국을 풍미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인물.

 2009년 9월 그가 경찰에 검거되자 한 언론은 박 부장에 대해 '횡령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2004년부터 5년간 횡령한 돈은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통해 은행 예치금(477억원), 회사계좌(523억원), 법원 공탁금(898억원)등을 합쳐 자그마치 1898억 원에 달했다.  

 박 부장이 회사공금을 횡령한 동기는 2001년부터 경마와 주식투자로 돈을 잃자 회사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대부분의 도박중독자가 그렇듯 박 부장도 승부사 기질이 많은 사람이었다.  
 경마, 주식, 사설 도박장, 포커, 카지노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종목에 골고루 베팅했다. 박 부장의 거침없는 베팅은 결국 더 많은 돈을 횡령하는 계기가 되었고 엉뚱한 곳에 배를 불려줬다.  

 한 시사잡지는 박 부장의 범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회사의 금고지기인 박 부장은 왜 회사 공금을 빼돌리게 되었을까? 그는 경찰에서 "회사가 부도가 나서 어렵다 보니까 더 이상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회사 돈을 잠시 유용한 뒤 나중에 살아갈 수 있는 돈만 벌면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장은 '바늘도둑'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회사 돈을 잠시 쓰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아예 빼내기로 마음먹는다. 원인은 '도박중독'이었다.

 박 부장은 경마와 주식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도박 밑천이 바닥나자 회사 공금으로 눈을 돌렸다. 자금 부분에 빠삭한 데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에 회사 돈은 박 부장의 주머닛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아건설 박 부장이 횡령한 돈(1898억원)은 통장 돌려막기(900억원)와 도박자금(940억원)에 지출했는데 이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박 부장은 처음 주식에서 150억원, 경마를 통해 200억원, 사설 카지노(불법 카지노바) 250억원, 마카오 원정 카지노 100억원, 강원랜드 190억원, 포커도박(불법 하우스) 50억원 등 무려 940억원에 달했다.
 
 박 부장은 한 도박종목 당 베팅액수가 평균 150억원이 넘을 정도로 씩씩한 베팅을 즐겼다. 박 부장은 회사 주변에서는 자금부장 이었지만 강원랜드와 사설도박장 등지에서는 '강남의 박 회장'으로 통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5년간 '박 회장'은 90차례 넘게(연간 20회 안팎 출입) 강원랜드 VIP에 드나들며 190억원을 탕진할 정도로 통 큰 베팅을 즐겼다.
  
 박 부장은 혼자 강원랜드에 올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부인을 동반해 함께 게임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교통편은 자신의 고급 승용차(BMW, 벤츠)를 몰고 오기도 했으나 대부분 강원랜드가 제공하는 리무진을 이용했다.
 
 한 번 방문에 평균 2억원 가량 돈을 잃은 셈이지만 워낙 매너가 좋고 조용조용하게 게임을 했기 때문에 강원랜드 직원들은 그에게 특별한 기억이 남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에 덩치가 작았던 박 부장은 베팅에서 돈을 따 기분이 좋으면 골드칩 10개(1000만원)를 팁으로 준적도 있었다.
 
 강원랜드의 한 간부는 "가끔 예약룸에 연락을 하기도 했지만 조건도 없고 군말도 없었다. 게임에서 돈을 다 잃어도 단 한 번도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조용하고 매너가 좋은 고객이면서 돈 많은 강남의 갑부로 생각했다. 나중에 동아건설 박 부장이라는 말을 듣고 직원들은 그럴 리가 있나? 하며 어안이 벙벙했다."

 강원랜드에 출입할 당시에는 시간과 돈에 여유가 넘쳤고 쫓기는 신세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왜 강원랜드 VIP룸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강원랜드의 한 간부는 "바카라 게임을 하면서 카드 패를 천천히 오픈하면서 느끼는 짜릿함과 희열은 모든 스트레스와 긴장을 잊게 된다. 많든 적든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자신이 건 쪽에 높은 수가 나와 이긴다면 기쁨에 겨워 환호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지는 쪽에 베팅했다면 실망하고 탄식을 지르지만 똑같은 숫자가 나와 타이를 맞출 땐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듯이 바카라 게임을 할 때는 세상을 잊고 오직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업가나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가 카지노를 찾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다른 곳에서는 모두 불법이지만 강원랜드는 정부가 허가한 게임공간이기 때문에 탈도 없다"고 말했다.

 casinoh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