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나마스떼코리아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4시 조계사 안심당에서 달라이라마의 제자 청전 스님을 모시고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에 앞서 법회 준비가 한창이던 3시 50분께 한 스님이 청전 스님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저는 조계사 도문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한 뒤 법당 밖으로 나갔다. 가까이 있던 그 누구도 이 스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청전 스님 법회를 기획하고 사회를 본 필자조차도 조계사 주지 스님을 인터뷰할 때 처음으로 그 스님을 알게 됐다. 하심과 겸손이 몸에 밴 스님이다. 청전 스님과 별로 인연이 없는데도 고생하신다며 법당도 무료로 빌려준 도문 스님이다. 그는 예전에 한 번 멀리서 뵌 청전 스님의 살이 많이 빠져서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문 스님은 달라이라마 존자는 전 세계 불교인이 존경하는 스승 가운데 한 분이라고 말한다. 다만 한·중 관계 등 외부적 현실이 좋지 않아 한국에 못 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한다. 선지식을 만나는 것도 복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다람살라에 가면 뵐 수도 있고 한국인 법회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가까이 스승을 만나는 것도 큰 복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도 스승이 살아계실 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단 내에서 조계사의 역할은 총무원 직할 사찰로서 총무원과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조계사가 열심히 해야 종단도 더 안정된다는 도문 스님은 조계사 주지는 모든 걸 총무원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기댈 총무원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것이다. 알려지거나 소문과는 달리, 사판 중에 사판일 거라는 편견으로 만난 조계사 주지 스님이 이렇게 겸손하다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다섯 살 때부터 조계사를 다닌 필자도 이젠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조계사는 신도들만의 기도처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나아가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함께하는 문화 도량이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 4대문 안의 첫 포교당으로 만들어진 조계사는 근대 불교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이다. 그 정신을 계승하는 성지로 발돋움해야 한다. 최근 코레일 철도 노조 간부가 조계사에 의탁했을 때는 신도들이 불편해했다. 하지만 현대사에서 명동성당과 같은 역할을 조계사가 하게 돼 늦게나마 창건정신을 이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예전 우리 불교는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게 늦었다. 이제는 사회를 리드하는 중심축이 돼가는 듯한 모습이다. 얼마 전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이 코레일 파업 중재를 시도해 문제 해결에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또 그 전에 쌍룡자동차 사건에 자승 스님이 함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스님은 대만에서 불광사 등 불교성지를 견학했다. 당시 대만 근현대사에서 성운대사 등 3인이 불교를 유행시키고 활성한 힘을 느끼고 돌아왔다. 대만의 포교당이 문화시설과 갤러리를 갖춰 지역 문화와 함께 호흡하는 것을 목격했다. 조계종단이 주도해 지난 8월 13일 견지동 조계사 역사문화공간으로 성역화하기 위한 서울특별시와 맺은 MOU도 주목된다. 조계사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힐링’이나 성찰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앞으로 행사하게 하는 첫 발자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문 스님은 조계사 주지로서는 처음으로 임기 2년을 보장받았다. 오는 5월 8일까지가 임기다. 스님은 인연 따라 사는 것이니 떠나는 날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한다. 처음 취임해서 왔을 때, 종무원과 신도들에게 한 “박수받을 때 떠나겠습니다. 떠날 때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새 주지 스님을 모시고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떠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조계사 주지라면 조계종 스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앉아보고 싶은 자리인데 본인은 갑작스럽게 됐으니 조계사 주지로 사는 것은 덤으로 사는 것으로 감사하게 여긴다. 보석이란 게 많지 않기에 귀하다. 보석에 대한 집착이 없으면 돌일 뿐이다. 가지지 못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스님의 말이 참으로 재치스럽다. 모름지기 수행자는 이래야 한다.
“세상이 참 고통스럽습니다. 우리 스님보다 재가자들이 더 괴로울 것입니다. 회사도 가야 하고 애도 봐야 하고, 또 비 오면 가족 우산도 챙겨줘야 하고.” 스님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신심을 가지고 사는 재가자들이 진정한 보살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찾아오는 많은 신도로 인해 좁아진 법당 안이 시끄럽기도 하다. 그분들이 집에서 나올 때는 자식 잘되라고 가족 보살펴 달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부처님 보러 왔을 텐데 막상 와보니 자리는 없고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조계사 주지로서 미안할 뿐이라는 말에 얼른 조계사 법당 크게 지으라고 했으나 쉽지는 않은 듯하다.
가끔 멀리서 오는 신도들에게 “집에서 가까운 절에 가시지 왜 여기까지 오시냐?”고 물으면 “여긴 사방이 트여서 주지 스님 보이면 피할 데가 많아 안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소탈함이 참하다. 이사 갈 때 효자손부터 챙긴다는 스님은 가끔 도반들과 차 한 잔 마시고, 공부 잘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뭐 불편한 거 없으시냐?”고 하자 일하다 몸이 안 좋아 등에 파스를 붙이려고 해도 혼자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궁리 끝에 이부자리 위에 파스 먼저 붙여놓고 잘 맞춰서 눕기도 한다. 그러나 잘 안되면 떼어달라고 하기가 어려워 혼자서 방 떠나가라고 한바탕 웃기도 한다고 말한다.
“늘 행복하세요! 우리가 참고 견디는 게 참 많은데 정말 행복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늘 행복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마음에서 집착을 내놓을 때 행복해집니다.”라고 말하는 스님은 행복은 멀리서 찾지 말고 바로 가까운 곳에서 순간순간 행복을 느껴야 늘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이미 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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