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른바 '3.3투쟁'의 산물로 태어난 폐광특별법과 강원랜드는 강원도 태백, 정선, 삼척, 영월지역 주민들의 피와 땀, 눈물의 결정체다.
때문에 국내 유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의 탄생과 개장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고 지나온 세월의 상흔은 탄광촌 질곡의 역사만큼이나 모질고 험난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한없이 긴 지난 15년은 대한민국 카지노의 새로운 역사인 동시에 버려진 폐광촌이 화려한 카지노도시로 탈바꿈 해온 질풍노도와 같은 세월이었다.
2000년 10월 스몰카지노를 시작으로 메인카지노 개장, 골프장, 스키장 및 콘도, 컨벤션센터 등 부대시설의 잇단 개장으로 고한 사북지역은 천지개벽 같은 변화를 일궈냈다.
한때 흥청대던 탄광촌은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폐광이란 시련을 맞았다. 그 상흔에 긴 세월 허덕이던 탄광촌 고한 사북은 카지노가 개장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맞았다.
화려한 카지노의 뒤안길에는 한숨과 좌절이 묻어 있고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숨겨진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아직도 특정지역은 강원랜드를 '빼앗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강원랜드 설립 배경을 모르는 임직원과 주변 사람들, 심지어 중앙부처에서도 강원랜드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
이제 역사가 되어 버린 강원랜드의 이야기를 ▲강원랜드 이야기 ▲평지풍파 CEO ▲숨기고 싶은 이야기 ▲초대받지 않은 손님 ▲카쇼기 성접대 풍문 ▲55억 사기도박의 미스터리 ▲카지노와 꽁지 등으로 나눠 연재할 예정이다.
역사는 밝고 창조적인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기에 강원랜드 이야기는 폐광지역의 희망 강원랜드가 2025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남도록 하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재는 매주 월, 수, 금 주 3회로 약 10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다. (편집자 주)
<강원랜드 이야기1>
2000년 10월28일은 강원도 폐광촌과 국내 카지노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쓴 날이다. 흥청대던 탄광촌에서 폐광촌으로 전락한 강원도 폐광골짜기에 카지노가 들어서며 휘황찬란한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됐다.
또 구멍가게 수준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13곳에 불과한 국내 카지노 산업도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가 개장하면서 카지노 대중화와 관련 업종 활성화 등 시장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정선군 고한읍 해발 1100m가 넘는 백운산의 강원랜드 스몰카지노는 28일 오전 10시가 개장시간이었지만 수백명이 넘는 고객들은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탄광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는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고객이 대부분이었고 상당수는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등 외국 카지노를 드나든 경험이 있어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거렸다.
대박에 대한 기대와 환상에 젖어 줄을 선 이들은 가방, 반지, 시계, 목걸이 등 모두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었고 지갑과 손가방은 현금과 고액권 수표로 가득했다.
마침내 오전 10시 입장이 시작되자 뛰다시피 입장한 고객들은 바카라와 블랙잭 테이블을 비롯, 슬롯머신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느라 북새통을 이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객장은 흥분과 긴장을 넘어 혼란이 극에 달했다.
당초 하루 최대 700명 수용규모(슬롯머신 490대, 게임테이블 30대)로 만들어진 스몰카지노에 첫날부터 500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던 것이다.
워낙 많은 고객들이 몰려 출입제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강원랜드는 첫날부터 입장제한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 당시 대기표를 받아들고 카지노 밖에서 기다린 고객이 무려 1400명이 넘었다.
완전 대박이었다.
당초 서울에서 승용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리고 도로교통이 열악한 탓에 카지노가 개장해도 강원도 골짜기까지 찾아올 고객이 얼마나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그 우려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강원랜드가 개장 하자마자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또 때마침 인기 탤런트 손지창, 오연수 부부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 잭팟을 터뜨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도화선 역할을 했다.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개장되던 해 6월17일 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에서 손지창, 오연수 부부는 '휠 오브 포춘' 게임의 세계 신기록인 948만 달러(당시 한화 110억원)의 잭팟에 당첨됐다.
이들 톱스타 부부의 카지노 잭팟소식이 언론을 통해 한국에 대대적으로 알려진 탓에 강원랜드는 가만히 앉아 카지노의 매력을 공짜로 전국에 홍보한 셈이 됐고 고객들은 대박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카지노로 몰려왔다.
강원랜드의 개장 첫날 매출은 무려 10억7200만원을 넘었다.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연말까지 65일간 벌어들인 돈이 자그마치 883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정작 잭팟이 터진 건 고객이 아니라 강원랜드였던 것이다.
메인카지노와 스키장, 골프장 공사비 마련을 위해 외자 50% 내자 50% 유치를 계획했던 강원랜드 경영층과 산업자원부 등은 매출이 기대치를 훨씬 초과하자 이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당시 산자부와 강원랜드는 2005년까지 메인카지노와 골프장 스키장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었고 IMF 여파로 운영 주체를 외국 기업에 맡길 구상도 했었다.
(강원랜드가 설립될 당시 국내 경제는 IMF 후유증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극히 어려운 형편이었다. 주변에서는 호텔과 카지노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운영 노하우 습득과 외자유치를 위해 경영권의 일부를 해외업체에 매각하거나 경영을 위탁하는 것이 자금조달에도 도움이 되고 또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국내외 유수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거나 프랜차이즈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2008년 발행 '강원랜드 10년의 기록' 발췌)
<계속>
casinohong@newsis.com